불법사이트 막히자 우회로 ‘우르르’
포털·온라인서 대체 주소 공유
해외 서버 기반 단속 한계 뚜렷
디지털 성범죄·도박 확산 우려

정부의 불법사이트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운영자들이 도메인 주소의 숫자만 바꾸는 우회 방식으로 서비스를 재개하는 데다, 포털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체 주소까지 퍼지면서 관련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3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불법 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이 제도는 불법성이 의심되는 사이트를 먼저 차단한 뒤 사후 심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사후 심의를 거쳐 접속을 막는 방식보다 대응 속도를 높인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이른바 '제2의 누누티비'로 불리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와 웹툰·영상 무단 유통 플랫폼을 신속히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국내 최대 규모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 중 하나로 꼽히던 '뉴토끼'가 최근 폐쇄되는 등 일부 성과도 나타났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막아도 다시 열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단 조치가 이뤄져도 사이트 운영자들이 도메인을 바꾸거나 새로운 접속 주소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차단된 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명을 온라인에서 검색하자 새 접속 주소를 안내하는 게시글이 확인됐다. 일부 게시글에는 기존 사이트와 유사한 화면으로 연결된다는 설명도 담겨 있었다.
시민 김모(34)씨는 "막혔다고 해서 못 보는 줄 알았는데 다른 주소를 찾는 게 어렵지 않았다"며 "주소만 바뀌는 식이면 차단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도 한계를 호소한다. 접속 차단 조치가 내려져도 새 주소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용자들이 큰 불편 없이 다시 접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서버 기반이라는 점도 적극적인 대응을 막은 요인 중 하나다. 상당수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된다. 국내에서 접속을 차단하더라도 운영자를 특정하거나 서버를 압수하려면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사이트 폐쇄와 재개설이 반복되는 '숨바꼭질식' 대응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사이트의 우회 운영 방식은 저작권 침해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한 불법 도박 사이트도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확산 우려도 크다.
정부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대중문화예술교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저작권 보호 관련 전문가들과 현행 제도 개선책을 논의했다.
최 장관은 "콘텐츠업계에서는 문체부의 접속차단과 긴급차단을 반가워하면서도,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도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긴급차단, 접속차단 제도 운영에 반영하고, 관련 기관 협력, 정책 개선 검토 등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긴급차단 제도만으로는 불법 콘텐츠 유통 구조를 끊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신속한 접속 차단과 함께 해외 사업자와의 공조,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 이용자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보보호 전문가는 "도메인 차단만으로는 불법 사이트와 숨바꼭질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서버와 유통망을 추적하는 국제 공조, 플랫폼 차원의 차단 기술, 이용자 수요를 줄이는 교육이 함께 가야 차단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