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협력사 거리 걸어서 30분…“문제 생겨도 반나절이면 해결”

신주(대만)=김윤수 기자 2026. 5. 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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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과학단지 가보니
기업·기관·대학 등 900여곳 밀집
17만명 근무…대만판 실리콘밸리
“공생 관계가 반도체 경쟁력 원천”
31일 대만 신주시 신주과학단지의 TSMC 인근 도로에서 관계자들이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김윤수 기자
대만 신주시 신주과학단지의 TSMC R&D 시설. 김윤수 기자

“이곳에서는 기술적 문제가 생겨도 반나절이면 핵심 파트너를 찾아 해법을 찾을 수 있어요. 압도적인 밀집도야말로 대만 반도체 생태계의 저력이죠.”

31일 일요일 대만 신주시 신주과학단지의 윈본드일렉트로닉스 사옥에서 만난 린이빙 중국의과대 석좌교수는 대만 반도체 경쟁력의 비결을 묻자 창밖의 클러스터 주변을 가리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대만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든 것은 TSMC나 미디어텍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 이런 생태계 자체”라며 “대학은 기업에 실전 인재를 공급하고 대학원생은 학문 연구와 인턴십, 교수는 자문에 참여하는 기업·대학 간 공생 관계가 가장 큰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이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과 연구개발(R&D) 규모가 작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은 적지만 글로벌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한 비결이 “바로 신주과학단지에 있다”는 것이 반도체 석학이자 이곳 ‘산증인’의 설명이다.

린 교수는 30년간 국립 양밍자오퉁대 석좌교수로 근무했고 2014~2016년에는 대만 과학기술부 차관으로 신주과학단지 내 ‘지능형 응용’ 정책을 이끌었다. 그는 올해부터 중국의과대에서 헬스케어 인공지능(AI) 분야를 연구 중이다.

신주과학단지는 대만 반도체 기업과 기관·대학 900여 곳과 근무자 17만여 명을 한데 모은 ‘대만판 실리콘밸리’다. 15㎢(약 454만 평) 넓이의 부지 안에 TSMC를 중심으로 미디어텍, 노바텍, UMC, ASE, 윈본드, 국립 칭화대, 국립 양밍자오퉁대, 공업기술연구원(ITRI)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패키징·테스트, 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반도체 공급망 전체가 들어가 있다. 산업 클러스터는 평택·청주·용인에, 기업 본사와 대학은 서울에, 연구기관은 대전 등에 퍼져 있는 한국과는 상반된 풍경이다.

윈본드 밖으로 나와 신주과학단지 일대를 직접 걸어보니 밀집도가 한층 체감됐다. 미디어텍에서 TSMC까지는 도보로 30분이면 도착했다. 국립 칭화대와 국립 양밍자오퉁대도 TSMC까지 30분대 거리였다. 도로에는 스쿠터를 타고 바쁘게 오가는 이들로 붐볐다. 대만의 스쿠터 문화와 결합돼 900여 개 반도체 기업 및 기관이 하나로 묶인 것이다. TSMC의 한 직원도 “문제를 빠르게 조율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나라가 따라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대만은 전 세계에서 반도체 설계 2위, 생산(파운드리) 1위, 후공정 1위로 반도체 산업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메모리 호황에만 기대는 한국보다 성장 동력이 다양해 최근 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로부터 더 큰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9.6%에 달해 한국(2.6%)을 크게 웃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만 투자액을 연간 15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고 리사 수 AMD CEO도 현지에 100억 달러(15조 원) 규모의 투자 방침을 밝혀 빅테크들의 러브콜도 한몸에 받고 있다.

신주(대만)=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신주(대만)=이석진 기자 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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