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美 관세협상 '선방' 평가 속…'수출 9000억 달러' 시대 열까

김성서 2026. 5. 3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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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관세맨'을 자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대면하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통상 당국은 지난 1년간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수출도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은 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연간 7000억 달러'를 달성한 가운데 9000억 달러도 가시권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다만 수출 품목이 반도체에 편중됐다는 점은 과제로 지목된다.
관세 협상 최종 타결…美 보호무역 기조 강화 속 불확실성 최소화
3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첫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발탁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차례 통상본부장을 지낸 여 본부장이 재등판한 것이다.

당시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10% 보편관세뿐만 아니라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이었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명목으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관세 압박을 강화한 상황에서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정부는 트럼프 1기 당시 통상 정책을 총괄한 여 본부장을 중심으로 미국의 관세 파도를 넘어서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이후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청문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통상 당국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주력했다.

치열한 협상 끝에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29일 이를 최종 타결했다. 구체적인 결과를 담은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같은 해 11월 체결됐다. 상호관세와 자동차·부품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은 것이 핵심이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는 상업성 합리성을 바탕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통상 당국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주요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한 가운데 다음 달 공식 출범하는 한미전략투자공사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전략 산업의 미국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상 첫 7000억 달러 수출 돌파…양극화 해소는 숙제
최대 난관을 넘어선 수출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7093억 달러를 기록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7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 등으로 상반기 수출은 주춤했지만 하반기 수출이 빠르게 회복한 영향이 크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연초 '2년 연속 70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며 올해 초 수출 목표치를 7400억 달러로 제시했다. 중동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9% 증가한 3065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수출 목표치가 변화하는 모양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30.3% 급등한 9244억 달러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 될 경우 일본을 넘어서 '수출 5강'에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최근 "다른 변수가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올해 수출이 9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 5강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반도체에 편중된 'K자형' 수출 구조는 향후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든다. 반도체는 업황과 가격 사이클에 따라 수출 편차가 크다. 반도체 수출이 흔들릴 경우 전체 수출도 휘청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연은 올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의 증가세는 1.7%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과와 과제가 뚜렷한 상황에서 산업부는 지속 가능한 수출 강국을 만들기 위해 수출 다변화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류를 바탕으로 한 K-소비재 수출을 확대하고 중견·중소기업 수출 확대를 위해 무역금융도 늘려 '모두의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제조 AI 전환(M.AX)을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 장관은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 품목들도 14~15%대의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중소기업 수출도 10% 늘어났다"며 "'세계는 넓고 수출할 곳은 많다'는 정신으로 챙겨보겠다. 하반기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