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동안 암흑기 겪었지만 … HBF 신기술로 4000% 폭등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6. 5. 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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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카드 대명사 샌디스크의 화려한 부활

"샌디의 파격적 변신이 그야말로 압권이야."

1978년 영화 '그리스'의 여주인공 샌디 올슨은 첫 이미지와 다른 마지막 장면의 파격 변신으로 '샌디'라는 이름을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2026년 월스트리트에선 또 다른 '샌디'가 글로벌 주식시장의 주인공으로 도약하고 있다.

'USB 드라이브 회사'였던 샌디스크(주식명 SNDK)는 웨스턴디지털 '통치 암흑기' 9년여를 뚫고 최근 1년(2025년 5월 말 이후 2026년 5월 28일 현재)간 주가 상승률 4000%를 달성했다. 순수했던 영화 속 샌디가 가죽재킷을 입고 화려한 변신을 한 것처럼 샌디스크도 소비자용 저장장치 회사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스트럭처 핵심 반도체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월가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밀피타스에서 설립된 샌디스크는 플래시 메모리 기술의 선구자다. USB 드라이브와 SD카드 등 소비자용 저장장치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2016년 웨스턴디지털에 190억달러에 인수되며 2024년까지 9년간의 암흑기를 겪는다. AI 시장이 본격 부화하기 전에 낸드는 공급 과잉이었고, 재고만 쌓이던 시절이었다.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앞장서서 회사를 분리(분사)하라는 압박을 넣었다. 2025년 2월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이후 기가 막히게 낸드 값이 급등한다.

AI 시대엔 D램과 낸드 같은 메모리 반도체가 무한대로 필요하다. D램은 전원이 꺼지면 사라지는 휘발성이라 단순 연산에 특화돼 있다. 낸드는 영구 저장장치라 'AI 에이전트(비서)' 시대에 최적화돼 있다. AI 비서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대화 맥락을 기억하고, 파일을 읽고 쓰며 장기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저장하고 불러와야 한다. 특히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가 그 핵심 인프라가 된다. 트렌드포스 기준 2026년 1분기 글로벌 낸드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31.6%)가 1등이다. SK하이닉스(17.6%)가 그다음이고 3위권에 샌디스크(13.9%)가 자리 잡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하나의 사업에 특화된 '원툴'을 선호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로 특화된 엔비디아가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인 이유다.

샌디스크는 낸드 '원툴'이다. 가격 상승이 주가 급등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삼전닉스'의 경우 낸드 이외에도 많은 사업을 하며, 낸드에 상대적으로 힘을 덜 쓴다.

샌디스크는 2025년 2월 나스닥에 다시 상장된다. 이 상장사의 실적과 주가는 낸드 가격 추이와 거의 동행하는 구조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낸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특히 샌디스크는 고대역폭플래시(HBF)라는 신기술로 AI 핵심 기업으로 올라선다. 이 기술은 D램 대신 3차원(3D) 낸드를 수직으로 쌓아 AI 추론 속도와 용량 한계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빅테크와의 5년간 42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계약도 따내 예상 실적이 올라가고 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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