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방심이 에볼라·한타바이러스 공습을 불러왔다 [김형자의 세상은 지금]
코로나19 팬데믹 겪고도 국제사회 연대는 또다시 실종
(시사저널=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아프리카를 덮친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 공포와 대서양 크루즈선발 한타바이러스의 집단감염으로 전 세계 공중보건에 비상이 걸렸다. 보건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방역 체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러스는 뛰는데 방역은 걷고 있는 격"이라고 우려한다.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이후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에서 발생한 17번째 유행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5월26일 현재 콩고와 우간다에서 사망자 수가 최소 139명을 넘어섰으며, 감염 사례는 1000건을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5월초 남극과 대서양을 순회하던 네덜란드 유람선 '혼디우스'호에서 시작된 한타바이러스의 변종 '안데스 바이러스'의 집단감염 사태도 세계를 긴장시켰다. 잠복기 상태로 각국에 돌아간 승객 120여 명 사이에서 추가 확진 판정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로 승객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WHO는 260여 명을 감시 대상자로 지정해 집중 관찰하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두 바이러스 모두 높은 치사율과 긴 잠복기라는 공통점을 지녔다는 데 주목한다. 잠복기가 길수록 잠재적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볼라의 경우 몇 주 안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사상 최대 규모의 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현대 방역 체계의 재정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존 에볼라·한타바이러스의 새 변종 등장
5월17일 WHO는 콩고와 우간다에서 발생한 에볼라 사태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WHO가 경계 수준을 최고로 높인 이유는 이번 사태가 과거 유행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에볼라의 대표적 바이러스는 자이르(Zaire)형이다. 반면 이번에 발생한 바이러스는 분디부조(Bundibugyo) 변종이다. 분디부조 변종은 2007년 우간다 분디부조 지역에서 처음 퍼졌고, 2012년 콩고에서도 발생했다.
분디부조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30~50%로 자이르 바이러스(40~60%)보다는 낮다. 하지만 희귀종으로 연구가 부족한 바이러스다. 분디부조 바이러스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6종의 에볼라 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 가운데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4종인데, 다행히 공기 중 입자를 통해 전파되지는 않는다. 대신 혈액이나 구토물, 타액 등 감염자의 체액과 직접 접촉할 때 감염된다.
문제는 초기의 빠른 확산 속도다. 현재 전파 속도는 1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던 2014년 자이르형 대유행 초기보다 더 가파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전염이 빠르게 퍼지는 배경으로는 주민들과 박쥐·야생동물의 일상적인 접촉이 지목된다. 유행 지역 주민들이 국립공원 인근에 살면서 사냥을 하거나 야생동물 고기를 자주 섭취하다 보니,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더 쉽게 옮겨 붙게 된 것이다.
이번 '분디부조 변종'에 대응할 백신이나 치료제가 전혀 없다는 점 또한 큰 걸림돌이다. 기존의 에볼라 백신과 치료제는 자이르 변종에만 효과가 있다. 게다가 초기 증상이 고열, 심한 두통 등 독감이나 말라리아와 비슷해 조기에 발견하기도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에볼라가 확산 중인 콩고 동부의 주요 도시와 이투리주 등의 주변 지역을 반군이 장악하고 있어, 정부의 방역 손길이 제대로 닿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원조 예산 삭감 또한 에볼라 확산을 막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지난해 주요국들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전년보다 23.1% 줄었으며, 특히 미국의 원조는 56.9%나 급감했다. ODA는 방역의 밑바탕이 되는 위생, 식량, 인도적 지원을 뒷받침하는 예산이다. 결국 원조의 축소는 저소득국의 보건의료 기반을 뒤흔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국제사회가 에볼라만큼 긴장했던 또 다른 감염병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한타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유엔군 병사들이 원인 모를 병에 걸리며 처음 알려졌고, 1976년 이호왕 박사가 한탄강 주변에 사는 등줄쥐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해 '한탄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이 바이러스가 속한 속(genus) 전체를 통칭해 '한타바이러스(Hantavirus)'라고 불렀다.
기후 위기·지정학적 갈등에 무너진 방역망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쥐의 배설물이나 타액이 미세한 입자로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킨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안데스 바이러스'는 사람 간에도 전파될 수 있는 변종으로 분류됐다. 한타바이러스 또한 초기 증상이 독감과 비슷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워 치사율이 30~50%에 이른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매년 전 세계에서 1만~10만 건 이상의 감염이 발생하지만, 동물을 통한 백신 연구가 까다로운 데다 시장 규모가 작아 제약사들이 선뜻 개발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은행과 WHO가 함께 설립한 '글로벌준비태세감시위원회(GPMB)'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를 위협하는 감염병 유행의 원인을 세 가지로 지목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위기, 전쟁 같은 지정학적 갈등, 자국 우선주의가 그것이다.
기후 변화는 환경 파괴를 넘어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들의 서식지까지 바꿨다. 이로 인해 살 곳을 잃은 동물들이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오면서 인간과의 접촉이 잦아졌고, 결국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이 커졌다.
또한 전쟁은 환자를 치료하고 확산을 막아야 할 방역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오랜 내전을 겪고 있는 콩고 동부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무장단체가 의료시설을 공격하는 일이 잦다 보니, 주민들이 보건 당국을 믿지 못하고 치료를 피하면서 감염병이 더 빠르게 퍼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팬데믹을 겪고도 국제사회가 연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국가가 '우리나라가 먼저'라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거나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감염병에 공동 대응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번 에볼라와 한타바이러스의 동시 유행은 인류가 처한 보건 환경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단면에 불과하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든 인류를 습격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국제사회의 철저한 방역 공조가 시급하다. 전 세계가 힘을 모아 모든 국가가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 그것만이 인류를 지켜낼 유일한 해결책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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