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성평등·시민참여 철학 안보여”…대전시민단체, 대전 지방선거 공약 2900건 분석해보니 [6·3의 선택]
기후·성평등·시민참여 공약 비중 5.3%, 평화 분야는 전무
문화·교통·경제 등 개발·시설 중심 공약이 전체의 89% 차지
“후보자 철학 담긴 공약 부족…선거 이후에도 이행 여부 점검”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대전지역 후보자들의 공약 가운데 기후정의·성평등·시민참여·평화 등 이른바 ‘후보자의 철학’이 반영된 공약 비중이 전체의 5%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정의 공약은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위기 대응 조직 및 예산 확보, 기후위기 피해·적응 대책 등을 포함한다.
대전시장 및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공약 801건 중 기후 공약은 25건(3.12%)에 그쳤다. 시의원 후보 40명의 공약 801건 가운데 기후 공약은 9건(1.12%), 구의원 후보 79명(무투표 후보 제외)의 공약 1290건 중에서는 26건(2.02%)이었다.
다만 시·구의원 후보 중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 조례 제정’, ‘재난·재해 취약구간 전수조사’, ‘청소년·노인·취약계층 무상교통 시행’, ‘마을버스 무상화’, ‘에너지 자립 아파트 인센티브 부여’ 등 눈에 띄는 기후정의 공약이 있었다.
성평등 공약은 출산율 제고나 인구정책 수단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접근이 아닌 불평등한 구조 자체를 개선하려는 내용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최충규 국민의힘 대덕구청장 후보는 여성폭력방지 기본조례 제정 등 4개 공약을 제시했고, 권인호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원 후보(대덕구)는 관계성 범죄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조례 제정을 공약했다. 신민기 정의당 유성구의원 후보는 성평등 임금공시제, 생활동반자 인증제, 여성안심주거 시스템 도입 등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반면 김성환 조국혁신당 유성구의원 후보의 ‘세 아이 출산율 최고 도시 조례 제정’ 공약에 대해서는 여성을 독립적 주체가 아닌 인구정책의 도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저출생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 ‘후퇴한 공약’으로 평가했다.
시민참여 공약은 주민참여예산, 주민자치회, 공론화 및 토론회 등 시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공약을 의미한다.
김은진 민주당 유성구의원 후보와 권인호 대전시의원 후보는 주민자치회 조례 제·개정, 시민의회 상설화,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제 등 시민참여 제도의 기반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920건의 공약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문화체육관광으로 540건(18.5%)이었다. 이어 교통 460건(15.8%), 경제 457건(15.7%), 행정복지 442건(15.1%), 주거·안전 352건(12.1%), 공공시설 340건(11.6%)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6개 분야가 전체 공약의 89%를 차지했다. 반면 의료는 48건(1.6%), 노동은 67건(2.3%)에 그쳤다. 공약에는 ‘조성’, ‘건립’, ‘확충’, ‘신속’, ‘조속’ 등 선거용 수사가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지방의회 후보자들 역시 입법 활동보다 개발 중심 공약에 치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전시의원 후보 가운데 입법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6명이었으며 기초의원 후보는 대덕구의회 3명, 동구의회 4명, 유성구의회 6명, 중구의회 1명이었다. 서구의회 후보 중에는 입법 공약을 제시한 후보가 한 명도 없었다.
이들 단체는 “지방의회 후보자들이 여전히 의정활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유권자에게 보여주기식 공약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유권자들은 제9회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에 기후위기 시대 시민의 생존권이 담겨 있는지,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주민의 실질적 정책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가 있는지, 전쟁과 혐오가 아닌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지향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선거 이후에도 선출직 공직자들의 공약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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