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앤트로픽 꽉 잡은 ‘삼전닉스’… 수주·투자수익 두토끼 노린다
삼성, 클로드 AI칩 생산 기대감
ASML 투자 성공사례 재연 기대
업계 “양사, 핵심 플레이어 부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에 조단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메모리 공급과 파운드리 수주, 투자 수익까지 노릴 수 있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앤트로픽 시리즈H 투자 라운드에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 자격으로 참여했다. 미국 마이크론까지 메모리 3사가 모두 투자자에 이름을 올렸다.
앤트로픽은 이번 라운드에서 650억달러(약 98조원)를 조달했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9650억달러로, 지난 2월 시리즈G 당시(3800억달러)보다 2.5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8520억달러로 평가된 경쟁사 오픈AI를 제치고 AI 비상장사 중 세계 최고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로 앤트로픽 인프라 네트워크 진입 발판도 마련했다. 앤트로픽은 앞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최대 5GW 신규 데이터센터 용량 확보 계약을 체결했고 구글 등과 차세대 텐서처리장치(TPU) 기반 5GW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합의한 상태다. 이번 라운드에도 구글과 AWS가 수십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하이퍼스케일러 사전 약정만 150억달러에 이른다.
앤트로픽은 “이들 기업의 기술은 전 세계 메모리, 저장장치, 로직 칩(시스템반도체) 공급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협력 관계는 컴퓨팅 역량을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로직 칩’ 언급에 특히 주목했다. 메모리 3사 중 자체 파운드리 사업을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에서도 삼성전자가 홀로 수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3사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이에 앤트로픽의 대표 AI 모델 ‘클로드’에 활용되는 AI 칩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생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부진을 겪던 삼성 파운드리가 대형 수주를 따낼 기회라는 분석이다.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앤트로픽의 연 환산 매출은 이달 초 기준 47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90억달러에서 5배 이상 늘었다.
시장에서 이번 시리즈H가 앤트로픽의 마지막 사모 펀딩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공개(IPO) 직전 마지막 진입 기회가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2012년 지분 3%를 7000억원에 매입해 8배 이익을 거둔 ASML 투자와 같은 성공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앤트로픽 투자는 고성능 메모리가 더 이상 AI 인프라 생태계 부품이 아닌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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