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십자군 요새’ 점령…25년 만에 가장 깊숙히 진입

이스라엘이 레바논과의 휴전에도 불구하고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지상 작전을 확대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25년만에 레바논의 가장 깊숙한 영토로 진입했다.
이스라엘군은 31일(현지시각)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어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인근 보포르성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엑스(X)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스라엘 병사들이 보포르 성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과거 십자군 요새였던 보포르성은 레바논 남부와 이스라엘 북부의 상당 지역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전략적 위치 때문에 그간 양국 분쟁의 중심지였다. 이스라엘군은 1982년 이 성을 점령해 2000년 레바논에서 철수할 때까지 유지한 바 있다. 이후 25년여 만에 레바논의 가장 깊숙한 수준의 지상 진입에 성공한 셈이다.
에이피(AP)통신은 이스라엘군의 보포르성 점령은 인근 지역 마을에서 며칠간 헤즈볼라와의 격렬한 전투와 공습 끝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 며칠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작전 범위를 확대해 레바논 남부 지역 주민 전원에게 대피를 경고하고, 사실상의 경계선으로 여겨왔던 리타니강을 넘어 병력을 투입했다. 이스라엘군은 리타니강을 넘은 뒤 보포르성 인근 마을들을 향해 전진했고 남부 주요 거점 도시인 나바티예에서 약 5㎞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9일 국경 인근에 주둔 중인 부대를 방문해 “우리 군은 리타니 강을 넘어 전략적 요충지로 진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확대하는 가운데, 헤즈볼라의 반격도 거세다. 30일 레바논 언론 ‘나하르넷’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최소 100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이스라엘 영토로 발사했다. 헤즈볼라는 탐지가 어려운 드론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대응을 어렵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17일 휴전을 발효한 이후 처음으로 북부 이스라엘의 정착지를 향한 공격도 감행했다. 이스라엘 북단 해안 도시 나하리야 앞바다에서도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해협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습이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북부 해변의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고 외부 모임을 제한하는 조처를 내렸다. 이스라엘 채널12는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영토를 향한 공격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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