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는 스리백·공격은 포백'…이제야 돌아가는 '변형 전술'

안경남 기자 2026. 5. 3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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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토바고전 5골 화력쇼…공격과 수비 합격점
이기혁-카스트로프 가세로 왼쪽 공격 전환 효율 높아져
센터백과 풀백 모두 가능한 '멀티' 이기혁 주전 가능성↑
[서울=뉴시스]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도전하는 홍명보호가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변형 전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기대감을 키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한국 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에서 손흥민(LAFC), 조규성(미트윌란)의 멀티골과 황희찬(울버햄튼)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5-0 대승을 거뒀다.

고지대 적응을 위해 해발 1460m 솔트레이크시티 사전캠프에 담금질해 온 대표팀은 다음 달 4일 엘살바도르와 두 번째 평가전을 마친 뒤 조별리그 1, 2차전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이동한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은 홍명보호가 스리백을 본선까지 끌고갈지 여부를 판가름할 중요한 경기였다.

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이 끝나고 스리백 전술을 입혀왔는데, 답답한 경기 운영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만약 이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2위인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도 스리백이 시원찮았다면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졌을지 모른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사전캠프에 미리 와 고지대 적응을 마친 K리거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서울=뉴시스] 31일(한국 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을 소화하고 있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6.05.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소속팀 일정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 괴물 수비수 김민재(뮌헨)를 벤치에 앉힌 가운데 이한범(미트윌란)과 조유민(샤르자), K리거로 깜짝 승선한 이기혁(강원)이 3-4-2-1 포메이션의 스리백 라인을 구축했다.

중원은 김진규(전북), 백승호(버밍엄)가 호흡을 맞추고, 좌우 윙백으로 옌스 카트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와 김문환(대전)을 투입했다.

최전방은 손흥민(LAFC)이 이끌고, 2선에는 배준호(스토크시티)와 이동경(울산)이 자리했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가 먼저 꼈다.

기본적으로 센터백 3명을 둔 스리백이었지만, 수비와 공격할 때 선수들의 포지셔이닝이 이전보다 훨씬 유기적이었다.

수비 시에는 좌우 윙백이 아래로 내려와 5백을 구축하고, 공격 시에는 이기혁과 카스트로프가 각각 왼쪽 풀백과 왼쪽 윙어로 전진해 4-2-3-1 형태로 전환했다.

[서울=뉴시스] 31일(한국 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을 소화하고 있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이기혁.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6.05.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상대가 약체이기도 했지만, 중앙 수비와 풀백이 모두 가능한 이기혁이 들어오면서 후방 빌드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올 시즌 강원에서 주목받은 이기혁은 과감한 전진패스로 공수 전환을 빠르게 가져갔다.

또 부상으로 지난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뛰지 못했던 카스트로프는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상대 수비를 교란했다.

이기혁은 이번이 A매치 두 번째 경기였다. 홍명보 감독 부임 후에는 첫 평가전이었다. 그런데도 적극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왼쪽이 살아나면서 상대 수비가 쏠리자 홍명보호 우측에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반 40분 김진규(전북)가 로빙 패스로 오른쪽 윙백인 김문환(대전)이 침투에 성공했고, 이어진 크로스를 손흥민이 쇄도하며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서울=뉴시스] 31일(한국 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을 소화하고 있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옌스 카스트로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6.05.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전술적 흐름은 후반에 카스트로프가 들어가고 엄지성(스완지시티)이 투입된 뒤에도 이어졌다.

이기혁이 사실상 왼쪽 풀백까지 커버하면서 엄지성은 마치 왼쪽 윙어처럼 치고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상대 골키퍼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황희찬의 추가골이 만들어졌다.

홍명보호 스리백은 그동안 보수적인 움직임으로 현대 축구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수비수들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었고, 이에 따라 윙백의 전진도 애매했다.

하지만 이날은 이기혁과 카스트로프의 가세로 왼쪽이 살아나면서 변형 전술의 위력이 배가됐다.

특히 중앙 수비와 풀백을 모두 볼 수 있고, 빌드업에도 능한 이기혁의 존재가 무엇보다 컸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을 통해 이기혁이 센터백 3명 중 왼쪽 자리를 100% 차지한 것 같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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