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기표용지 보인 대통령 ‘깨진 유리창’…對이란 침묵, 네타냐후만 체포는 실용?”

한기호 2026. 5. 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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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김진 앵커 신간內 ‘깨진 유리창 이론’ 언급
“정치인 도덕기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車의 ‘깨진 유리창’ 규범 안 지켜도 되는 신호”
“기표용지 보여주기 ‘깨진 유리창’ 작용 않기를”
유튜브선 外治 놓고 “대통령 즉흥이 외교 압도”
“조용히 풀 걸 소리높이고 확고해야할 때 조용”
이란發 피격, 對캄보디아·이스라엘 발언 대조
안보실장과 엇갈린 말들…“실용 선택이 맞나”

이낙연 전 국무총리(현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NY)가 과거 더불어민주당내 대권경쟁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외치·내정, 선거기간 행보를 겨냥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31일 동아일보 후배 기자인 김진 채널A 앵커의 신간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지식 브리핑>을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시대 고민으로 가득하다”고 SNS에 소개하면서 “저자는 한국의 현실을 이렇게 지적한다. ‘정치인의 도덕적 기준이 해가 거듭될수록 낮아지고 있다. 같은 진영 정치인의 도덕적 결함에 눈감다 보니 정치인의 전반적인 도덕적 수준이 하향하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투표소에서 이미 기표한 용지를 보여주는 것은 ‘깨진 유리창’처럼 작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관외 사전투표하던 중 기표소 밖으로 나와, 기표도장을 찍은 용지를 보이며 “동그라미 표시가 완전하지 않고 반만 찍혀도 괜찮나”라고 선거사무원에게 묻자 공직선거법상 투표 비밀 보장 원칙 위반 논란이 벌어진 점을 가리킨 셈이다.

새미래민주당 창당주주 격인 이낙연(왼쪽) 상임고문이 같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김진 채널A 앵커의 신간을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깨진 유리창’은 건물의 깨진 유리창, 낙서와 같은 사소한 무질서와 경범죄를 방치하면 그것이 ‘지역 사회의 규범이 무너졌다’는 신호로 작용해 결국 더 심각한 중범죄와 도시 슬럼화로 이어진다는 사회 범죄학 이론이다. 김진 앵커 저서엔 이와 함께 ‘낙인 이론’, ‘가스라이팅’, ‘리플리 증후군’, ‘혐오 비즈니스’, ‘반(反)지성주의’, ‘쇼비니즘(Chauvinism) 국뽕’과 애국심의 차이 등이 화두로 등장한다.

이 전 총리는 깨진 유리창 이론에 대해 “미국 스탠퍼드대가 1969년 실험했다. 번호판을 떼고 보닛을 연, 똑같은 차량인데 ‘유리창이 깨진 차’를 뉴욕 브롱크스에, ‘유리창이 깨지지 않은 차’를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버려뒀다”며 “뉴욕 차는 10분 만에 배터리와 타이어가 사라졌고 1주 뒤 낙서와 오물 투기가 일어났고 차량 부품도 없어졌다”고 주목했다.

이어 “캘리포니아 차는 한동안 멀쩡했으나 어느날 망치로 차를 부숴놓자 뉴욕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깨진 유리창’을 사람들은 ‘규범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애국심과 쇼비니즘의 차이를 가리킨 대목을 소개했다. “애국심은 질문하고, 쇼비니즘은 침묵한다. 애국심은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끊임없이 의심하고 따져 묻고 국가에 책임을 요구한다. 쇼비니즘은 ‘나라를 사랑한다’는 거룩한 명분으로 모든 질문의 입을 막고 권력에 면죄부를 준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월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기표소에 들어가 사전투표하던 중 나와, 기표 도장이 ‘절반 정도만 찍혔는데 괜찮냐’는 취지로 선거사무원을 불러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한편 이 전 총리는 지난 29일 유튜브 ‘이낙연의 사유’ 영상을 통해선 “이재명 정부는 외교 기조를 실용외교로 표방해왔다”면서도 “현실의 한국 외교는 꼭 ‘그런 취지’대로 굴러가진 않는다. 오히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임기응변으로 비치는 일이 더 많다. 중장기적인 전략이나 일관된 원칙은 그다지 보이지 않고 대통령의 직관이나 즉흥이 외교를 압도하곤 한다. 그래서 불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용한 방법으로 풀어야할 때 오히려 소리를 높이거나, 확고한 태도를 보여야할 때 도리어 조용히 넘어가려 한다”고 짚었다. 이란군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 수역에서 우리나라 HMM 나무호가 공격당한 데 대해 “피격 직후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란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국영통신과 국영 영어방송(프레스TV 등)도 이란이 공격했다고 보도했다”고 먼저 예를 들었다.

이어 “한국에서도 ‘공격 배후가 이란이 아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판단이 나왔으나, 정부는 피격 6일이 지나서야(지난 10일) 규탄 입장을 발표했고 공격 배후세력은 얼버무렸다. 그리고 정부 차원의 조사를 벌여 이란 미사일 피격이라고 판단했으나 이란에 고의가 있었는지는 또 얼버무렸다. 이 정도 판단을 내리는 데까지 피격(지난 4일)으로부터 23일이나 걸렸다”고 정부역할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와 반대로 대통령은 올해 2월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조직을 향해 큰소리로 경고했다.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 빈말같습니까. 대한민국은 한다면 합니다 끝까지’라고 했다. SNS에 캄보디아 말 크메르어로 올리기까지 했다”며 “그랬던 한국이 (자국민 6명이 탄 선박이 공격받은)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 대해선 이렇게 달라졌다. 무슨 기준이 있어 이렇게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새미래민주당 창당주주이자 상임고문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5월 29일 유튜브 영상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외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낙연의 사유’ 채널 영상 갈무리]


아울러 “대통령은 4월에 SNS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비판하면서 사실과 다른(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고문하고 옥상에서 떨어뜨렸다고 허위주장한) 동영상을 올렸다”며 “그걸 이스라엘 정부가 정면 반박하며 외교 갈등도 빚어졌고 지금도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영장을 언급한 사례도 들었다.

이 전 총리는 “가자지구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배를 타고 접근해가던 국제 구호활동가 430명을 이스라엘이 나포했다. 거기에 한국인 2명과 한국계 미국인 1명이 포함됐다. 그래서 대통령의 체포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도됐다”며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이 봉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대통령은 국제법적으로 불법 침략한 게 아니냐고 했는데 (위성락)청와대 안보실장은 ‘그건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 (위성락 실장은) 그 시작은 ‘2023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2000명 가까이 살상한 것부터 (전쟁이)촉발됐기 때문’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24년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유럽 일부 국가는 ICC 조치에 찬동해 네타냐후 입국 시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유럽 대부분 국가가 그랬다’고 했는데 안보실장은 ‘대부분은 아니다’라며 체포 문제를 국무회의에서 거론하지 말자며 ‘따로 보고드리겠다’고 했다”고 주목했다.

그는 “한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네타냐후 총리 체포를 거론한 건 국익에 맞는 실용적 선택이었을까”라며 “외국의 한국인 억류를 비판하고 조속한 송환을 촉구하는 건 정부의 당연한 임무인데, 그런 일은 외교 경로를 통하는 게 관행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오랜 우방”이라고 상깃켰다.

또 “이스라엘의 조기 석방이 이 대통령의 체포 발언 때문이었을까”라며 “(활동가 조롱 논란을 부른) 극우성향 뱅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오만 때문이었다고 외신이 전한다”고 말했다. ICC 체포영장 발부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 약 3만명 아동 납치·강제이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2023년 이뤄졌지만 실제 집행에 이르지 않고 있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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