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노래 역주행…‘순수한 재능’에 대한 갈망인가, ‘미화된 신화’의 부활인가
“아이돌 음악의 뿌리” 한국팬에 익숙하게 다가와…인위적이란 비판도

빌보드 글로벌 200차트 1위와 영국 싱글차트 ‘톱 5’ 동시 진입. 마이클 잭슨이 만든 비주얼 팝 문법과 숏폼 시대가 만나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세상을 떠난 지 17년이 지난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잭슨의 전기영화 <마이클>의 개봉이 도화선이 됐다.
이번 부활을 보는 시선은 음악계에서 둘로 갈린다. 잭슨이 보여준 ‘순수한 재능’에 대한 갈망의 분출이라는 해석, 영화가 의도적으로 손질한 ‘미화된 신화’의 부활이라는 해석이다. 영화가 1988년에서 끊어내 비워둔 시간의 공백이 이 같은 논쟁을 남겼다.
<마이클>은 미국 현지시간 4월 24일 북미·유럽에서 동시에 개봉했다(한국은 5월 13일). 개봉 이후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 5월 18일 빌보드 글로벌 200(미국 빌보드의 글로벌 싱글차트)에서 ‘빌리 진’이 발표 43년 만에 사망한 가수로는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영국 공식 싱글차트에서도 ‘빌리 진’(3위)과 ‘빗 잇’(5위)이 ‘톱 5’에 동시 진입했고, 1982년 앨범 <스릴러>는 미국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42년 만에 ‘톱 10’에 다시 진입했다.
잭슨이 솔로로 발표한 곡들의 미국 주간 스트리밍은 개봉 직전 한 주 5540만회에서 개봉 첫 주 1억3750만회로 146% 폭증했다. 종전 자체 최고 기록인 2019년 핼러윈 주간 5370만회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영화는 첫 주말(4월 24~26일) 전 세계에서 2억1880만달러 흥행 수익을 거두며 2015년 개봉된 힙합 그룹 N.W.A의 전기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튼>(5610만달러)을 크게 앞질렀다. 음악인 전기영화 사상 기준 역대 최고 개봉 기록이다.
다만 영화 흥행만으로는 노래 역주행의 폭발력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2018년 <보헤미안 랩소디>가 전 세계 9억달러 흥행을 거뒀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국 싱글차트 45위에 그쳤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퀸 영화는 대박을 터뜨렸는데도 노래는 역주행이 없었다. 마이클 잭슨은 잭슨 파이브 시절 곡까지 영국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며 잭슨을 ‘대중문화의 유산’이라고 정의했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은 잭슨을 “지금 시대 음악을 주로 듣는 청취자들에게도 옛 음악으로 느껴지지 않는 마지노선”으로 규정했다. 배 작가는 “지금 인기 있는 보이밴드나 아이돌 음악의 직접적 뿌리가 잭슨에게 다 있다”고 짚었다.

비주얼 팝 문법, 숏폼 환경서 보상받아
잭슨 음악의 동시대성은 그가 1980년대에 만들어놓은 시각 자산과 직접 연결된다. 1983년 ‘빌리 진’ 뮤직비디오가 흑인 가수로는 처음 미국 음악 케이블 채널 MTV의 흑백 장벽을 넘었고, 같은 해 5월 모타운 25주년 무대에서 약 4700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워크가 처음 공개됐다. 그해 12월 14분짜리 단편 영화로 만들어진 ‘스릴러’ 뮤직비디오는 평범한 케이블 채널이었던 MTV를 글로벌 문화 권력으로 끌어올렸다.
이때 확립된 비주얼 팝 문법이 모바일 숏폼 환경에서 그대로 보상받고 있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MBC 라디오 DJ 신혜림은 “마이클 잭슨의 무대는 쇼츠로 활용되기에 너무 적합하다. 30초 내외 러닝타임에서 그의 문워크 댄스만 봐도 임팩트가 충분하다”고 평했다. 배 작가는 ‘빌리 진’의 긴 전주가 앨범 프로듀서 퀸시 존스의 반대에도 잭슨이 “안 돼, 나 춤춰야 해”라며 끝까지 고집해 살린 구간이라는 일화를 다시 끄집어냈다. 춤추면서 노래도 잘하는 뮤지션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순수한 재능’에 대한 갈망이라는 진단은 여기서 출발한다. 기계음으로 범벅된 노래와 가십으로 뜬 그저 그런 뮤지션에 지친 세대에게 퀸시 존스의 장인정신과 잭슨의 보컬·춤·무대 장악력이 꽃을 피운 앨범 <오프 더 월>, <스릴러>, <배드> 3부작은 대체 불가능한 ‘진짜 음악’의 결정체로 다가온다.
한국 청취자들에게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잭슨을 “예술적 인물이 아니라 사회적 인물”로 봐야 한다며 “K팝의 핵심인 퍼포먼스의 내용물을 결정한 인물이 바로 잭슨이며, 박진영도 BTS 정국도 영웅으로 잭슨을 꼽고 K팝 산업 자체가 잭슨에게 채무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슈퍼스타 부재 시대의 그리움도 더해진다. 신 DJ는 “테일러 스위프트 정도를 제외하면 이후 전 세대가 다 같이 열광할 수 있는 슈퍼스타가 없다”고 꼬집었다.
1편이 비워둔 21년이 관건
‘미화된 신화’라는 비판도 있다. 진단은 영화 자체의 화법에서 시작된다. <마이클>은 잭슨의 디스코그래피를 시대순으로 따라가다 1988년 <배드> 투어에서 끝내버린다. 1993년 첫 아동 성학대 의혹, 2003~2005년 형사재판, 2009년 사망에 이르는 이후 21년이 통째로 빠져 있다. 잭슨의 성학대 의혹을 제기한 다큐멘터리 <리빙 네버랜드>의 감독 댄 리드는 영화를 “잭슨의 신화를 복원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고, 개봉 당일에는 잭슨 친구 자녀인 카시오 가족 4남매가 새로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잭슨 노래의 역주행이 인위적인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영화 제작·배급을 맡은 라이언스게이트는 마케팅에 약 6000만달러를 쏟았고, 소니뮤직은 2024년 2월 잭슨 가족의 음악 저작권 절반을 약 6억달러에 사들였다. 잭슨 음악 자산의 가치는 12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됐다. 소니뮤직 자문 변호사 제임스 사마타로는 미국 매체 더 할리우드 리포터에 이 영화를 “관객을 곧장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보내 옛 노래를 다시 발견하게 만들도록 설계된 2시간짜리 광고”라고 표현했다.
제작사 라이언스게이트는 후속편 <마이클 2> 제작에 들어갔다. 영화 부문 책임자 아담 포겔슨은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 “정말 엄청나게 흥미로운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어필할 엄청나게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속편 서사 구조에 대해 “이 이야기를 앞으로도, 뒤로도 오가며 전개할 수 있다”고 밝혀 시간순 구성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관건은 1편이 비워둔 21년이다. 의혹과 형사재판을 정면으로 다룬다면 잭슨 유산 관리 방식이 성숙해졌다는 신호가 될 것이고, 우회한다면 이 모든 서사가 한낱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비판이 사실로 굳어진다. 이번 부활이 한국 대중문화에 던지는 질문도 흥행 곡선과 별개로 남는다. 잭슨은 노래와 춤, 무대 기획을 한 사람이 끝까지 책임지는 타고난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어두운 이면을 동반할 때 그의 유산을 어떻게 소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도 남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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