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유류분 위헌’ 결정 이끈 당사자, 대법원서 재심 길 열려

부모를 오랫동안 돌본 대가로 재산을 더 물려받았더라도 다른 형제들에게 무조건 일정 몫을 나눠줘야 했던 옛 ‘유류분(遺留分)’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당사자가 유산 소송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형제들과의 유산 소송에서 일부 패소했던 A씨가 낸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부모를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가 받은 재산도 유류분 계산에 포함해 나눠주도록 한 옛 민법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도 원심이 ‘개선 입법 전’이라며 그대로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A씨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부동산과 예금 등 재산을 전부 물려받았다. 그러자 다른 형제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자신들의 최소한의 상속 몫(유류분)을 돌려달라며 2020년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은 옛 민법에 따라 형제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고, 이 판결은 2023년 2월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이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2024년 4월 “기존 법 조항에 따르면 부모를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 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람이 기여의 대가로 받은 재산을 다른 상속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부당한 상황이 생긴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효도하고 부모를 모신 자녀의 정당한 몫을 빼앗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였다. 다만 헌재는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국회가 법을 고칠 때까지는 옛 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A씨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재판을 다시 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대구고법은 2024년 9월 “헌재가 새 법을 만들 때까지 옛 법을 잠정적으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며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는 올해 3월이 돼서야 부모를 특별히 부양한 공로로 받은 재산은 돌려주지 않아도 되도록 민법을 개정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헌재가 옛 법을 당분간 유지하도록 한 것은 법의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을 뿐, 자녀의 권리가 계속 침해당하는 상태를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특히 A씨가 헌재의 위헌 결정을 직접 이끌어낸 당사자라는 점을 짚었다. 대법원은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된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헌재 결정의 효력이 소급해서 미친다고 봐야 한다”며 “옛 법 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고 새 법 조항이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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