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韓도 美·中급 프런티어 AI 도전할 때”… AI 전략판 넓어진다

홍아름 기자 2026. 5. 3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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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간담회
“AI가 AI 만드는 시대 대비해야”
“한국 전체 AI 예산, 美 빅테크 한 곳 투자 수준으론 부족”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으로의 한국 인공지능(AI) 전략은 범용 인공지능(AGI)·프런티어급 모델 대응, 과학기술 분야 초지능(ASI), 국민 AI 에이전트 세 갈래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조·반도체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에 특화된 AI 개발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 경쟁에 대응하고, 과학기술 난제 해결에 AI를 투입하며 국민 일상에는 AI 에이전트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프런티어 모델은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처럼 현재 글로벌 AI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AI 모델을 뜻한다. AGI는 이보다 더 미래 지향적인 개념이다. 인간처럼 여러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범용 AI다.

배 부총리는 “한국도 미국·중국과 동등한 수준의 프런티어 모델을 만드는 도전을 할 때가 왔다”며 “수년 내 AI가 스스로 더 나은 AI를 만들어내는 시기가 오면 기술 변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수 있는 만큼, AGI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먼 미래의 경쟁축으로는 ASI가 제시됐다. ASI는 인간처럼 여러 분야를 두루 판단하는 AGI보다 더 높은 수준의 AI로, 인간 전문가의 지식과 추론 능력을 뛰어넘어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해법을 찾는 AI를 말한다. 신약 개발, 소재 탐색, 반도체 공정, 기초과학 연구처럼 방대한 데이터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ASI가 과학자의 보조 도구를 넘어 연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AI 전략의 마지막 축은 국민이 체감하는 AI 에이전트다. 프런티어 모델·AGI, ASI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확보하는 문제라면, AI 에이전트는 그 기술을 국민 일상으로 가져오는 단계다. AI 에이전트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이용자의 지시에 따라 서류 발급, 정보 검색, 일정 조율, 행정 서비스 이용 같은 일을 대신 처리하는 AI를 말한다.

배 부총리는 정부가 준비 중인 대국민 AI 서비스 ‘모두의 AI’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는 “모두의 AI에는 챗봇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차별점은 국민들이 AI 에이전트를 하나씩 소유하는 개념”이라며 “AI를 잘 활용하기 어려운 노년층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특화 모델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모두의 AI를 올해 11월쯤 선보이고, 오는 2028년까지 정부 재정을 기반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배 부총리는 “2028년 이후에도 기업과 공동 투자 구조를 논의해 무료 서비스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모든 국민들이 한글, 산수처럼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간담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AI 인프라 공격 투자 필요… 전략은 유연해야"

정부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 현장의 AI 전환(AX)도 병행한다. 배 부총리는 제조, 반도체, 산업 데이터를 한국 AI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꼽으며 반도체 제조 특화 AX와 피지컬 AI를 강조했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 제조설비, 물류처럼 실제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AI다.

배 부총리는 “여러 전문가가 AX 적용 실패율을 80% 이상으로 본다. 단순히 AI를 도입한다고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해 AX 성공 확률을 70~80%까지 올릴 수 있다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AI 전략을 뒷받침하려면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배 부총리는 지난 1년간 AI 분야의 가장 큰 변화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의 AI 고속도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배 부총리는 “한국에 GPU가 몇 장 있느냐를 보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GPU가 부족해서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말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정부와 민간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투자의 판이 열렸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의 GPU 26만장 투자 논의에 대해서도 “지금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에는 투자 규모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현실도 짚었다. 배 부총리는 “한국의 AI 전체 예산이 미국 빅테크 기업 한 곳의 투자 수준 정도”라며 “프런티어급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력, 인력, 데이터, 인프라가 필요한데, 기술 역량은 많이 올라왔지만 인프라 투자는 아직 부족하다. GPU 등 AI 인프라 투자가 공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에는 정부의 전략도 고정된 계획에 머물 수 없다. 5년 뒤, 10년 뒤에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예측도 어렵기 때문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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