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도심 ‘시야 장벽’ 된 선거 현수막…보행자·운전자 안전 ‘비상’ [현장, 그곳&]
법령 단속도 한계… 시민 불만 고조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정작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여겨 화가 치밉니다.”
31일 오전 광명시 철산역 인근에서 만난 30대 시민 이모씨는 선거 현수막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방에 난립한 현수막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힘들 뿐더러 시야가 가려진 차량 운전자의 사고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3일 앞둔 광명 시내 교차로가 후보자들의 현수막과 유세 차량으로 인해 거대한 ‘시야 장벽’이 세워지면서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들의 과열 경쟁이 오히려 유권자인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찾은 하안사거리의 한 우회전 구간은 횡단보도 신호등 높이보다 낮게 설치된 현수막들로 인해 운전자와 보행자들이 앞을 보기 힘들어지면서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
특히 우회전 차로에 세워진 채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대형 유세 차량은 더욱 사고 위협을 키웠다. 우회전하려는 차량들이 유세 차량에 시야가 막히다보니 횡단보도에 대기중인 보행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가까스로 멈추는 아찔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다가오는 차량에 놀란 보행자들은 보행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불안한 듯 좌우를 힐끔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현장에서 만난 운전자 김모씨(53)는 “현수막과 유세차 때문에 보행자가 전혀 보이지 않아 우회전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며 불안을 토로했다.

철산역 앞 삼거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교차로 신호등 주변에 여러 후보의 현수막이 겹겹이 걸려 있다 보니 신호등 불빛과 현수막의 색깔이 뒤섞여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시각적 혼란을 일으켰다.
특히 성인 어깨 높이까지 내려와 있는 현수막은 시민들의 보행을 위협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포천에서는 길을 걷던 초등학생이 낮게 설치된 현수막 고정 끈에 목이 걸려 넘어지면서 사고를 당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광명 도심 곳곳이 선거철마다 현수막과 유세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행정 당국과 경찰은 선거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직접적인 단속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 광고물과 달리 지방선거 후보자의 현수막은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아 설치 높이나 규격에 대한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는 ‘선거운동의 자유’라는 명분이 시민의 기본적인 ‘안전권’보다 우선시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보행 불편이 생길 것 같으면 현장에서 후보자 측에 협조를 구하고 차량 이동 조치를 하는 등 시민 안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준호 기자 hjh12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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