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 500명 넘었다 [미지답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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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포럼'으로 균형발전에 앞장서 온 한국일보 전국 취재기자들이 매주 월요일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역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6·3 지방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후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쟁에서 비껴 난 이들이 있다. 바로 예상 무투표 당선자 '512명(29일 기준)'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선거일까지 사퇴·등록·무효 등 다른 변수가 없으면 '선출직 공직자'가 된다. 1998년 제2회 지방선거(73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로, 4년 전 제8회 지방선거(490명)보다도 늘었다.
문제는 무투표 당선 자체보다, 경쟁 구도가 사라지면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검증할 기회마저 제한돼 버린다는 데 있다.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자의 경력이나 자질, 도덕성, 공약 실현 가능성을 유권자가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선거공보물에 적힌 이력과 몇 줄짜리 공약을 '대충 훑어보고' 지역의 대표자를 선택했다. 그런 사이 자질 논란이 있는 후보자들이 당선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그나마 후보자를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자리가 '법정 토론회'다. 그러나 현행법상 법정 토론회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 교육감, 비례대표 시·도의원 선거에서만 의무로 규정돼 있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 민원을 살피고, 지역 현안을 다루는 지역구 광역·기초의원에 대해서는 '깜깜이 선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토론회라도 열리면 유권자들이 조금이나마 후보들의 생각과 능력을 직접 비교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기회가 없으니 정당만 보는 묻지마 투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공개적인 자리를 통해 검증의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련된 법정 토론회를 외면하는 사례도 있다. 경북 포항시와 청도군, 경기 안성시 등에서는 비방전을 우려한다거나 개인 건강 사정 등을 이유로 후보가 토론회에 불참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 토론회에 불참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지만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기회를 잃었다.
법정 토론회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최소한 선관위나 언론, 시민사회 등이 주관하는 공개 질의응답회라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왜 출마했는지, 지역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주민 앞에서 답하도록 해야 한다. 동네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일수록 이런 자리의 의미는 더 크다.
지방자치는 유권자의 선택에서 출발한다. 검증 없는 선거가 반복된다면 정부가 강조하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활성화도 구호에 그칠 뿐이다. 그리고 주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이들은 주민 앞에 당당히 평가받아야 한다. 스스로 검증된 일꾼이라 자처하는 이들이 정말 검증이 됐는지 유권자들은 알 권리가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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