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빵꾸똥꾸' 외치자 웃음바다...8살부터 한국어 배우는 베트남 '이 도시'

지난 29일 베트남 항구도시 하이퐁시 중심부의 이온몰 강당. 제3회 '하이퐁시 제1외국어 채택 초·중학교 한국어 발표회'에 참가한 안즈엉중학교 학생들이 인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한 장면을 선보이자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수개월간 대회를 준비한 학생들은 7분여 동안 대본 없이 한국어 대사를 소화하며 열연을 펼쳤다.
하노이한국교육원이 개최한 이날 발표회에는 하이퐁시 내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한 초·중학교 5개교 학생 60여 명이 참가했다. 학생들뿐 아니라 베트남인 한국어 교사와 학부모, 응원에 나선 재학생들까지 몰리면서 100석 규모의 행사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곰 세 마리', '삐쭉이 빼쭉이', '초록빛 바다', '악어 떼' 등 한국 동요를 선보인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직접 준비한 무대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동요 부문 대상을 받은 민 학생은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는 무서웠지만 할머니와 선생님이 응원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힘이 났다"며 "게임과 노래를 통해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한국어 수업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5학년 학생들은 '콩쥐팥쥐', '흥부와 놀부' 같은 한국 전래동화부터 '신데렐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의상과 소품에서는 대회를 향한 정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K콘텐츠 부문에 참가한 중학생들은 '거침없이 하이킥', '옥탑방 왕세자', '응답하라 1988' 등 한국 드라마의 명장면을 선보였다. 이어 진행된 중학교 8학년 주제 발표에서는 '나의 꿈', '내가 좋아하는 한국 문화' 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졌다.

하이퐁시는 베트남 북부 지역에서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한 학교가 많은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어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한 학교 21개교 가운데 15개교가 하이퐁시에 위치하고 있다.
학부모 프엉씨는 "아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싶었는데 한국 문화에서 예의와 협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어를 선택했다"며 "딸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다른 나라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파견된 교원 박지연 씨는 "올해로 2년째 근무 중인데 지난해보다 한국어반이 크게 늘었다"며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문화도 함께 가르쳐 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퐁시 중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베트남인 교사 반씨는 "저학년 과정은 활동과 놀이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다른 외국어를 배우던 학생들이 한국어반으로 옮겨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국어의 위상은 베트남 교육 현장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16년 중·고교 한국어 시범교육을 시작으로 2018년 제2외국어 채택, 2023년 제1외국어 채택에 이어 올해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이 고등학교 졸업 및 대학 입시 평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제1외국어 채택 학교 수도 2021년 3개교에서 지난해 21개교로 7배 증가했다. 하노이한국교육원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전역에서 한국어를 채택한 학교는 북부 90개교, 중·남부 74개교 등 총 164개교이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는 3만4315명에 달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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