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꺼져” 에어컨 전원 두 번 ‘강제종료’=최악습관…전기료 아끼려다 건강 놓친다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에어컨 시즌이 돌아왔다. 그러나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무심코 반복하는 습관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냉방 운전을 끈 뒤 리모컨 전원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에어컨을 즉시 완전히 꺼버리는 이른바 ‘강제 종료’ 방식이 내부 곰팡이와 악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잠깐의 전력 소비를 줄이려다 에어컨 내부를 습기로 가득 찬 ‘곰팡이 배양실’로 만드는 셈이다.
에어컨을 끈 뒤에도 약한 바람이 계속 나오는 것은 고장이 아니라 내부 건조 기능이 작동하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강제로 전원을 차단하면 내부 습기가 그대로 남게 된다.
냉방이나 제습 기능을 사용한 직후 에어컨 내부 열교환기에는 상당한 양의 수분이 남는다. 차가운 캔 음료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원리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최신 에어컨은 운전 종료 후 송풍이나 약한 온풍을 통해 내부를 말리는 ‘내부 건조’ 또는 ‘내부 클린’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사용자가 이를 “전기가 계속 소비된다”며 중간에 다시 전원 버튼을 눌러 완전히 꺼버린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행동이 오히려 에어컨 내부 습기를 가둬 곰팡이와 세균 번식을 촉진한다고 경고한다.
실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에어컨과 HVAC(냉난방 공조) 시스템 내부의 수분 축적이 곰팡이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EPA는 필터와 냉각 코일에 습기가 장시간 남아 있을 경우 미생물이 증식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장비 내부를 충분히 건조시키는 관리가 중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일본 냉동공조공업회(JRAIA) 역시 에어컨 사용 후 내부 건조 기능을 유지해야 냄새와 곰팡이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안내한다. 특히 장마철과 여름철에는 실내외 습도가 높아 에어컨 내부에 물기가 오래 남기 쉬워 관리 필요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부 클린 기능에 사용되는 전력 자체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기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수십 분간의 송풍·건조 과정에 드는 비용은 수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내부 곰팡이가 심해질 경우 전문 분해 세척 비용이 수만~수십만원까지 발생할 수 있고, 냄새 문제로 냉방 효율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곰팡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곰팡이 포자가 실내 공기 중에 퍼질 경우 알레르기 반응이나 호흡기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어린이나 천식 환자, 노약자는 실내 곰팡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에어컨 사용 후에는 전원 버튼을 한 번만 누르고 내부 건조 기능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리모컨 설정에서 ‘내부 클린’ 기능이 활성화돼 있는지 확인하고, 필터 청소와 환기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장마철에는 “에어컨 냄새가 심해졌다”는 민원이 급증하는 시기인 만큼, 짧은 전기요금 절약보다 내부 습기 관리가 장기적으로는 더 효율적인 유지비 절감 방법인 셈이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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