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를 베껴라”…中 반도체의 HBM 추격전

고명훈 시사저널e 기자 2026. 5. 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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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대 메모리 기업 벤치마킹하며 첨단 메모리 굴기 가속
설계·패키징·영업 노하우까지…통합 제조역량 확보에 총력

(시사저널=고명훈 시사저널e 기자)

중국이 한국 반도체 제조사를 단순 고객이나 투자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메모리 산업 고도화를 위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이러한 기류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범용 메모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 고부가가치 메모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HBM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HBM은 메모리 설계부터 첨단 패키징까지 통합 제조 역량을 요구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접점을 확대하며 이들 한국 기업의 메모리 설계·패키징 기술은 물론, 영업 노하우까지 습득하려 한다는 전언이다.

중국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각각 D램·낸드 제조의 핵심축으로 키우고 있다. CXMT는 기존 DDR4를 넘어 DDR5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YMTC 또한 미국 제재에도 낸드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 범용 메모리 가격 강세에 따른 수혜 또한 중국 메모리 제조사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CXMT가 발표한 2026년도 1분기 회사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9.1% 늘어난 508억 위안(약 11조1000억원), 순이익은 1268.5% 증가한 330억1200만 위안(약 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도 CXMT의 위상은 이미 세계 D램 3사를 위협할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판매액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9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같은 기간 CXMT도 7.7%까지 치고 올라오며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1월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6 SK하이닉스 부스에 HBM3E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커지는 中 메모리 위상…다음은 'HBM 타진'

CXMT와 YMTC는 나란히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식 상장 준비 절차에 돌입하며 추가 자금 조달 기반을 다지고 있다. CXMT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과학창업판(STAR 마켓) 상장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늦어도 올해 7월 이전에 상장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YMTC도 지주사인 창춘그룹을 통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IPO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HBM 개발은 CXMT가 주도한다. CXMT는 이미 HBM3(4세대) 시제품을 출시해 화웨이 등 중국 AI 칩 개발사에 공급하고, 현재 양산 승인을 위한 검증 단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CXMT는 당초 올해 8단 HBM3 양산을 목표로, 월 3만 장 수준의 초기 HBM 웨이퍼 생산 능력(캐파)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업계에선 상반기 양산 일정은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엔 12단 HBM3E(5세대)을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계획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의 기술 격차는 2~3년 정도에 불과해진다.

아울러, YMTC의 HBM 합류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YMTC의 경우 미국의 첨단 장비 반입 규제로 현재 고단층 선단 낸드 전환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데, 중국은 CXMT의 D램 제조 능력과 YMTC의 3D 패키징 기술 역량을 결합해 고단층 HBM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20단급 HBM을 타깃으로 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개발에서 YMTC와의 협업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민 인하대 고분자공학과 교수는 "중국도 AI 산업 확대와 함께 HBM의 중요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지원 아래 빠르게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HBM은 단순히 제품을 구현하는 것보다 실리콘관통전극(TSV), 적층 패키징, 발열 제어, 양산 수율 안정화, 고객 인증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 이 기준까지 포함하면 메모리 3사와의 실질적인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고 성능의 HBM을 당장 구현하지 못하더라도, 중국 내 AI 생태계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의 HBM을 빠르게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경계해야 할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 ⓒ삼성전자 제공

"머리부터 발끝까지 배워라"

중국에서는 자국 기업 육성과 동시에 한국 메모리 기업과의 생산·공급망 접점을 활용해 산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생산거점은 여전히 중국 반도체 생태계와 맞닿아 있는 중요한 접점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회사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로, 글로벌 낸드 생산에서 40%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특히 시안 공장을 중심으로 8·9세대 V낸드 등 선단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며 AI 스토리지 핵심 생산기지로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중국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 공장을 통해 중국 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AI 서버용 eSSD와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 공장 투자와 공정 전환을 재개·확대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 기업과의 직접 협력뿐만 아니라, 현지 협력사 네트워크, 장비·소재·부품 공급망, 인력 이동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선진 메모리 제조 생태계를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현지 생산 기반과 협력 생태계 주변에서 공정 운영, 공급망 관리, 품질 인증, 고객 대응 방식을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다롄 공장은 중국의 부품·소재 영역에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 제조업으로 인해 중국의 기술 수준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면서 "고부가 메모리 또한 제품화에 있어 한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체 공급망 수준도 함께 올라갔으며, 중국 기술의 성장에 한국 기업들이 많은 촉진 효과를 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메모리 설계 부문에서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 중국이 부러워하고 있다"며 "한국의 메모리는 종합반도체기업(IDM)에서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전부 직접 진행하고 있는데, 중국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부터 이를 통합하는 제조 능력을 배우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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