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發 명목성장률 10% 돌파 가시권…"가계부채·국가채무 동시 개선 청신호"
경상수지 흑자도 사상 최대치 두 배 전망

31일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이 2002년(11.0%) 이후 처음으로 10%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오는 6월 9일 발표되는 1·4분기 명목 GDP 성장률부터 전년 동기 대비 10%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지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지난 28일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1·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크게 늘고 반도체 수출 가격이 높은 점 등을 반영해 명목 GDP 성장률은 꽤 높게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효과를 걷어낸 1·4분기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은 전년 동기 대비 3.6%였다.
2·4분기 들어서도 반도체 가격이 꺾이지 않고 오름세를 지속하는 데다, 한은이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높여 잡은 점도 이 같은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명목 GDP 팽창이 가져올 가장 직접적인 수혜는 가계부채비율 하락이다. 정부의 올해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인 '1.5% 증가'를 적용해 추산하면, 명목 GDP가 10%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1.8%까지 내려간다. 역대 최대 낙폭(6.8%p)이자 11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성장률이 12%에 달하면 80.3%로, 13%까지 오르면 79.6%로 80% 선마저 무너진다. 정부가 2030년 목표로 내걸었던 '80% 수준'을 최대 4년 앞당겨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1년 말 98.7%까지 치솟았던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88.6%로 내려온 바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높은 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말 기준 한국의 비율은 87.8%로, 성숙시장 37개국 가운데 스위스·호주·캐나다·네덜란드·뉴질랜드·덴마크에 이어 7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올해 1·4분기부터 신흥국이 아닌 성숙시장 국가로 재분류됐다. 비율이 80%대 초반으로 떨어지면 순위도 10위권 안팎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재정 건전성 개선 기대도 함께 커진다.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중앙정부 기준)은 47.6%로 전년보다 3.0%p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51.6%로 4%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명목 GDP 성장률 10%를 전제로 단순 추산하면, 상승폭이 0.7%p로 쪼그라들며 비율은 48.3%에 그친다.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세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은은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500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 2월 전망치(1700억달러)를 훌쩍 넘고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1231억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상당히 증가하고 국민 전체에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도체 성과급에도 소득세가 붙는 만큼 낙수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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