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향해 ‘탕탕탕’…한 달 새 세 번째 총격 ‘왜?’

김하늬 미국 통신원 2026. 5.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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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주의 위험 신호…상대를 ‘설득’ 대상 아닌 ‘제거’ 대상으로 봐
반복되는 정치폭력 배경에는 ‘극단적 진영 대립’과 ‘강경 이민 정책’

(시사저널=김하늬 미국 통신원)

미국 권력의 심장부인 백악관 주변에서 한 달 새 세 차례 총성이 울렸다. 백악관 출입기자협회(WHCA) 만찬장 총격, 워싱턴기념탑 인근 교전, 그리고 백악관 검문소 총격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복되는 암살·총격 위협을 두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노리는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외신들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 사회가 양극화와 증오, 음모론, 제도 불신 속에서 위험 수위인 '분열적 단계'로 진입했고, 백악관 주변에서 반복되는 총성은 그 균열이 폭발하기 시작한 상징적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7월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받은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

4명 중 1명은 "총격 사건, 조작됐다" 믿어

가장 최근 사건은 5월23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 검문소에서 벌어진 총격이다. 총격범은 권총을 꺼내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을 향해 발포했고 대응 사격 끝에 현장에서 사망했다. 당시 백악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고 있었다. 불과 한 달여 전인 4월25일에는 WHCA 만찬 행사가 열린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산탄총과 권총, 흉기로 무장한 남성이 보안검색대를 돌파하려다 제압됐다. 5월4일에는 워싱턴기념탑 인근에서 무장 용의자와 SS 요원 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가장 충격이 컸던 건 4월25일 벌어진 WHCA 만찬장 총격이었다. 당시 워싱턴 힐튼 호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장관들, 언론인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용의자는 산탄총과 여러 무기를 들고 보안검색대를 향해 돌진했고 SS 요원과 총격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긴급 대피했다. 로이터는 이를 "트럼프 시대 정치폭력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잇따르는 총격과 무장 돌진 사건은 단순 범죄를 넘어 미국 사회의 내부 균열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들어 정치 양극화와 증오 정치가 더욱 거칠어졌고, 이민 문제를 둘러싼 강경 대응이 사회 내부의 긴장을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추진하면서 ICE(이민세관단속국)를 사실상 준군사 조직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장 요원들이 얼굴을 가린 채 도시를 급습하고, 비범죄 이민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체포하는 장면이 미국 사회에 공포와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시 급습과 같은 강경 전술이 대중적 역풍을 초래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치의 핵심이었던 이민 문제가 이제는 그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외신들은 최근 정치폭력이 특정 개인의 일탈 수준을 넘어 미국 사회의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 공영매체 PBS는 정치폭력 연구자인 바버라 월터 UC샌디에이고 교수를 인용해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복될수록 일부 취약한 개인은 폭력을 정당한 행동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사건들의 공통점을 보면 모두 백악관, 워싱턴기념탑, WHCA 만찬장처럼 미국 권력과 정치의 상징 공간을 겨냥했다. 단순 총기 범죄라기보다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최근 반복되는 정치폭력의 배경에 극단적 진영 대립과 강경 이민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이민 문제는 트럼프 정치의 핵심 축이었다. 그는 2016년과 2024년 대선 모두 불법 이민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승리했다. 하지만 언론들은 트럼프가 이민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 내부 적대감을 극단적으로 키웠다고 지적한다. 5월4일 워싱턴기념탑 인근 총격 사건도 이런 흐름 속에서 발생했다. 당시 사복 SS 요원들은 총기를 소지한 수상한 인물을 발견했고, 제복 요원이 접근하자 용의자는 도주하며 발포했다. 이 사건 직전 JD 밴스 부통령 차량 행렬이 현장을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용의자는 체포 과정에서 "백악관은 지옥에나 가라"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단순 범죄라기보다 정치권력의 상징 공간을 겨냥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5월23일 백악관 검문소 총격 사건까지 이어졌다. 용의자 나시어 베스트는 과거 백악관 무단 침입 전력이 있었고,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백악관 검문소로 접근한 뒤 권총을 꺼내 발포했고 SS 요원의 대응 사격으로 사망했다. 최근 반복되는 사건들은 미국 사회의 긴장 수준이 위험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미국 민주주의가 정치적 상대를 제거 대상으로 보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반복적 총격·암살 시도는 미국 사회의 극단적 분열과 제도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는 견해도 나온다. WP가 인용한 뉴스가드·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1명은 지난 4월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장 총격 사건 자체가 "조작됐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의 33%, 공화당 지지층의 13%가 음모론에 동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펜실베이니아 유세장 총격 사건 역시 응답자의 24%가 "가짜 사건"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시대 정치폭력의 상징적 장면"

전문가들은 특히 온라인 공간이 정치폭력을 증폭시키는 핵심 통로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SNS에는 '트럼프 자작극' '딥스테이트 배후설' 같은 음모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콘텐츠가 단순 허위정보 차원을 넘어 정치적 분노와 적대감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런 정치 환경을 끊임없이 자극해 왔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선거 기간과 재집권 이후에도 정치적 반대 세력을 향해 '국가의 적' '급진 좌파' '해충' 같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왔다. 외신들은 이런 언어가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 사회 전체의 분노와 증오를 키우는 역할도 했다고 평가한다. WP는 "증오와 폭력이 더 용인되는 환경을 만들면 결국 사람들은 실제 행동에 나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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