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비둘기 귀소능력 비밀, 간 속에 있을까

이병구 기자 2026. 5.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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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제공

이번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바위비둘기(학명 Columba livia) 두 마리가 나온 사진이 실렸다. 바위비둘기는 수백 킬로미터를 비행한 후에도 정확히 집으로 돌아오는 귀소 능력이 있어 과거 편지를 전달하는 전서구로 활약하기도 했다. 동물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메커니즘은 생물학계 오랜 난제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비둘기의 간 속에 있는 철분이 풍부한 면역세포(대식세포)가 비둘기가 지구 자기장을 느끼는 항법 시스템의 주요 인자라는 연구결과를 28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귀소 능력이 뛰어난 일부 새들이 이동 방향을 잡는데 지구 자기장을 부분적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관여 기관이나 메커니즘은 불명확하다.

바위비둘기의 눈, 부리, 뇌, 간, 비장 등 자기장 감지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기를 선별해 분석한 결과 간에서 자기장 반응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에서는 철분이 풍부한 대식세포가 발견됐다. 대식세포는 면역세포의 일종으로 노화된 적혈구를 분해하며 철분을 축적한다.

연구팀은 철분이 매우 작은 입자 형태로 존재하면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질인 '초상자기성(superparamagnetism)'을 띨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k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의 사육장으로 돌아오도록 훈련된 비둘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간에서 철분이 풍부한 대식세포를 제거하자 흐린 날씨에서 비둘기의 방향 감각이 흐트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이 보이는 맑은 날에는 대식세포가 없는 비둘기들도 정상적으로 복귀했다. 대식세포 기반의 자기장 감지가 태양을 활용한 길찾기를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해부학적으로는 철분이 풍부한 대식세포가 신경 섬유 근처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식세포가 뇌로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가 존재할 수 있다"며 "빛 없이 헤엄치는 상어 같은 동물 연구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에 회의적인 과학자들도 있다. 특히 대식세포에 축적된 철분이 실험실의 강력한 자석에는 반응할 수 있지만 미약한 지구 자기장에 반응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기장 신호의 처리 과정을 밝히는 것도 숙제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ady2486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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