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 못 나온다"... 영화가 된 인터넷 괴담 '백룸'
끝없는 방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공포
A24 최연소 감독의 장편 데뷔작

형광등이 내리쬐고 노란색 벽지가 붙은 방이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법한 공간이다.
만약 그곳이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펼쳐져 있으면 어떨까. 그래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무엇보다 그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있다면 일상적인 공간이어도 공포가 들 것이다.
영화 '백룸'(Backrooms)은 우연히 미지의 공간에 들어서게 된 사람들이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그린 공포물이다.
영화는 인터넷 괴담 백룸을 바탕으로 한다. 백룸은 노란색으로 꾸며진 일상적인 공간 사진으로부터 시작된 괴담으로, 호러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공유되며 '빠져나올 수 없는 무한한 공간에 갇힌다'는 도시 전설로 발전했다.

영화는 1990년을 배경으로 가구 판매원 클락(추이텔 에지오포 분)과 그와 상담하는 박사 메리 클라인(레나테 레인스베)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클락은 건축가가 꿈이었지만, 현재는 아무도 찾지 않은 가구 판매점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신세다. 아내로부터 쫓겨나기까지 한 그는 인생이 짜증나고 답답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구 판매점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공간을 발견하고 발을 들인다.

영화의 1인칭 시점 연출은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카메라로 백룸을 촬영한다는 설정으로 관객은 저화질의 화면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영화 속 인물의 긴장과 긴박감을 고스란히 전하며 공포를 체험하게 한다. 미지의 존재를 발소리와 그림자 등으로 표현한 점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백룸의 정체는 속 시원히 풀리지 않는다. 클락을 찾아 클라인 박사도 백룸에 들어서면서, 그 공간이 인물의 내면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다만 백룸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명쾌하게 제시되기보다는, 하나의 설정과 상징으로 활용됐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영화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하지만, 공포 장르물로서 관객을 만족시킬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