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엄지척이 필요해 보이는 청와대 정책실장 [노원명 에세이]

2026. 5. 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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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일부 장관들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예상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집권 1년을 넘기는 시점이니 진용에 변화를 줄 때도 되었다. 그래서일까. 튀려 ‘애쓰는’ 장관들이 눈에 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겠지만 대통령을 의식한 몸부림 같다.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

송미령 농림부 장관은 ‘스타벅스 사태’ 와중에 유튜브에 나와 “이번 기회에 국산 차를 많이 드셨으면 좋겠다”며 은근슬쩍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가세했다. 윤석열 정부의 각료 중 유일하게 이 정부에서 유임된 송 장관은 이 대통령이 업무 능력을 높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각 때 ‘영전’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 ‘커피 대신 국산 차’ 메시지로 스타벅스를 ‘디스’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솜씨다. 총애받을만 하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도 숟가락을 얹었다. 기자간담회에서 스타벅스와 관련해 “분명히 지탄받아야 하고 제재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스타벅스와 보훈부가 함께 진행해온 독립유공자 장학사업 때문에 질문이 나온 모양인데 그렇다고 해도 보훈부 장관이 훈수 놓을 장기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다른 질문에선 북한을 ‘인민공화국’이라 칭했다. 말이 튄다. 송미령 장관 같은 세련됨이 없다.

공정하게 말하면 이 정부 어느 장관이 ‘탱크데이? 그건 제 소관이 아니라 언급하기가 좀…’하고 쭈뼛거릴 것 같지는 않다. 국방부 장관도, 복지부 장관도 스타벅스와 소관 업무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국방부 장관의 경우 ‘물탱크를 탱크에 비유하면 기갑부대가 싫어한다’고 하면 유머 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복지부 장관은? 난도가 꽤 있다. 똑똑한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맡기라. 좌우지간 이런 때 ‘개념 있게’ 굴어야 개각에서 살아남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파업 일보 직전까지 간 삼성전자 노사 협상을 중재했다. 내친김에 ‘초과 이익’의 사회적 공유 화두까지 제안하고 나섰다. 반도체 이익 분배 중재를 자신의 브랜드로 삼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가 임박한 개각에서 살아남는다면 이번에 딴 점수 덕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초과 이익은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먼저 썼다가 족보 없는 개념이란 비판이 일자 슬쩍 거둬들였던 표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 실장 대신 그를 비판한 기사를 공격했다. ‘김 실장이 말한 것은 초과 세수인데 초과 이익으로 둔갑시켜 왜곡한다’는 취지였다. 김 노동장관은 대통령의 X도 보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김 장관을 해명할 것인가.

내가 기억하기로 김용범 실장 건은 부하의 발언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한 드문 케이스다. 김 실장은 문필가 기질이 있는지 페이스북에 자주 글을 올리고 거의 예외 없이 논란을 일으킨다. 5월 한 달에만 여러 건의 화두를 던졌다. 초과 이익 논란이 있은 지 며칠 안 돼 고금리·고물가·고환율(3고 )을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 주장하는 식이다.

이달 초에는 ‘한국 금융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 신용등급이라는 불완전한 과학‘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인 그는 “나는 이 잔인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작동시키고, 정당화해 온 사람”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명백한 공범”이라고 했다. 김 실장처럼 성공한 공무원이 자신의 과거를 이렇게 부정하는 것을 다 본다. 이것은 자학인가, 회심인가.

같은 글에서 김 실장은 고신용자 중심 신용시스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대해 “처음에는 헛웃음이 났고, 신용의 기본을 모르시는 질문이라 생각했다”고 빌드업한 뒤 “하지만 그 질문은 틀린 게 아니었다”며 “신용의 기본이라고 우리가 당연시 해온 그 ‘전제’의 심장을 찌르는 질문이었다”고 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빛과 음성을 접한 사울과 그 문답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 나를 박해하느냐.” “주여 누구시니이까?”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 나이 지긋한 남자가 하루아침의 감화로 딴사람이 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사도 바울이 그랬고 근자에는 김 실장이 가장 극적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방선거 후 사의를 표할 예정이며 그 후임으로는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거론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 대통령은 X에서 강 비서실장을 두 번 정도 칭찬했다. 김 실장에 대해선 ‘초과 이익’과 관련한 해명을 해줬을 뿐 ‘잘하십니다’ 같은 공개 칭찬은 없었다.

김용범 실장의 페이스북 글이 늘어난 데 이런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 욕구라는 것이 있는데 그 욕망은 자리에 비례해 커진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큰 엄지척을 한번 날려주면 어떨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페이스북에서 청와대판 ‘사도행전’을 계속 보게 될지도 모른다. 내 기준에선 좀 오글거리는 글이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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