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감축설에 텅 빈 유럽 무기고…한화, 독일·영국까지 영토 넓힌다

안옥희 2026. 5. 3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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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 다연장로켓. /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 세계적인 군비 지출 확대 흐름에 발맞추어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과 신규 무기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다.

3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날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이번 신규 계약 협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유럽 주둔 미군 감축 우려가 본격화되고, 유럽 각국이 안보 불안 속에 '자강론'을 펼치는 시점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 "수요가 공급 앞질러…독일, 영국 등과 협의 중"

알렉스 웡 CSO는 인터뷰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급증하는 탄약, 미사일 및 각종 무기체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유럽과 미국 내 제조 기반도 확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며 "최근 수년간 여러 전쟁은 전 세계 군대가 생산 능력과 탄약 비축량을 늘려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존 고객인 폴란드와 루마니아뿐 아니라 독일, 영국 등 잠재 고객들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웡 CSO는 이어 "협의 내용은 방산 시스템 조달뿐 아니라 어디에 새로운 생산 능력을 배치하고 현지 인력을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민을 보호하려면 다층적이고 통합된 미사일 방어 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에 지금 당장 확보하길 원하며, 공급망을 자국화해 회복력을 갖추고 분쟁 시 생산을 급격히 늘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각국 정부의 수요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REUTERS

◇ 나토 국방비 GDP 5% 확대…'미군 감축설' 맞닥뜨린 유럽의 자강론

현재 유럽은 한화의 핵심 성장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이 독일 주둔 미군 규모를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가시화하자, 독일 등 유럽 각국은 더 이상 미국의 안보 우산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독자적인 방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대부분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총 5% 수준(직접 군사비 3.5%, 간접 안보비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유럽 각국의 군은 지상 무기 체계, 장거리 타격 능력, 포병, 첨단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눈여겨보고 있다.

무기를 신속히 조달해야 하는 유럽 국가들에게 뛰어난 가성비와 빠른 납기 능력을 갖춘 한국 방산 기업들은 매력적인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 독일에 '한화 디펜스 도이치랜드' 신설…서유럽 공략 속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 현지 법인 ‘한화 디펜스 도이치랜드(Hanwha Defence Deutschland GmbH·HDD)’를 신설하며 유럽 영토 확장에 나섰다.

한화는 현지 방산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대관 인력을 확충하는 등 나토 공급망의 컨트롤 타워 가동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독일 동부 지역을 후보지로 두고 다연장로켓 '천무' 등을 생산할 첨단 무기 공장 건설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과거 독일산 엔진·변속기 규제에 묶여 수출에 난항을 겪던 한화가 핵심 부품 국산화 성공에 힘입어 이제는 독일 현지에 직접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번 독일 법인 신설로 한화는 기존 폴란드의 탄도미사일 합작법인, 루마니아의 자주포 생산 시설을 잇는 유럽 내 'K방산 벨트'를 한층 견고히 다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와 미사일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노르웨이로부터 천무 다연장로켓을 공급하는 1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낸 바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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