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으로 시작한 회사, 30년 만에 대기업 키운 비결은 ‘이순신 경청 리더십’”

구자홍 기자 2026. 5. 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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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말하는 ‘이순신 정신’

● 이순신 리더십 요체는 남 얘기 열심히 듣는 ‘경청’
● 적극적인 ‘이순신 정신’, 불확실한 현실 극복에 도움
● 인문학, 개성과 특성 다른 ‘사람’ 파악 돕는 학문
● 책 읽고 독후감 쓰면 ‘생각의 창’ 날카로워져 업무에 도움
● 한국 제조업 세계 최고…이제는 우리가 먼저 개척해야
● 모든 인재는 좋은 인재, 특성 맞게 활용하는 게 과제
● AI는 원리 아닌 메소드…인간 삶에 유익한 활용법 고민해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반만년 역사 속에서 무수한 외침을 견뎌온 대한민국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 그 자체다. 그 가운데 국난을 극복하고 승전의 쾌거로 민족의 자존심을 드높인 인물이 바로 성웅 이순신 장군이다. 윤동한(79) 한국콜마 회장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 '이순신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자 오랫동안 힘써 온 인물이다.

윤 회장은 대한민국 화장품업계의 지형을 바꾼 경영자이자, 30년 넘게 이순신 장군을 연구해 온 '이순신학 박사'다. 그는 1990년 직원 4명과 함께 작은 임차 공장에서 한국콜마를 창업, 오늘날 매출 수조 원대의 글로벌 뷰티·헬스케어 대기업으로 일궈냈다. 그의 저력은 다름 아닌 '이순신 정신'과 '인문학적 통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순신학 박사로 '이순신 정신'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윤 회장을 5월 11일 서울 서초동 회장 집무실에서 만나 왜, 지금 '이순신 정신'인지 들었다.

이순신 장군, 인간적으로도 깊이가 남다른 인물

이순신 장군을 학문적으로 탐구하게 된 계기가 뭔가.

"학문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 건 30년이 조금 넘는다. 누구나 이순신 장군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분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분일까' 공부하다 보니 장군으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깊이와 넓이에서 많은 장점을 가진 위인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더 알아보자는 생각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

구체적으로 '이순신 정신'을 어떻게 탐구하고 있나.

"5월이 되면 난중일기 5월 편을 펼쳐 보면서 이순신 장군이 그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떠올려 본다. 지금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를 남겼듯, 윤 회장도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글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주로 국난을 극복한 장군으로 알고 있는데, 인간적 측면에서 살펴봐도 깊이가 남다른 인물이다. 정감 있고, 본받고 싶은 점이 많은 분이다. 그런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윤 회장은 몇 해 전 펴낸 책 '우보천리 동행만리'에서 인간 이순신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 바 있다.

"이순신 장군을 공부하며 느낀 점은 그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결코 숨기지 않았다는 거다. 점잔 빼고 거들먹거리지도 않았고, 애써 슬픔을 감추지도 않았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고, 한편으로는 이를 추스르며 나라와 백성을 안타까워했다."

회장께서 보는 '이순신 정신'의 요체는 뭔가.

"이순신 장군은 '나를 따르라'는 식의 리더가 아니었다. 오히려 남의 얘기를 열심히 듣는 분이었다."

이른바 '경청 리더십'인가?

"그렇다. 전투를 준비하고, 작전을 짤 때도 '이렇게 해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부하들 얘기를 충분히 듣고 결정했다. 예를 들어 여수에서 옥포로 갈 때는 옥포 출신 사람들에게 물길은 어떤지,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는 마을은 어디에 있는지 먼저 충분히 얘기를 들었다. 여러 사람에게 '지형은 이렇고, 물길은 어떻고, 어디에 가면 물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다 보면 그 과정에 자연스럽게 어떻게 해야 할지 결론이 나오게 된다. 전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하들이 '이러이러해서 어디가 유리하다'고 얘기하면 '그렇게 하면 되겠네'라고 수용했다. 이처럼 이순신 장군은 여러 사람 얘기를 종합해서 좋은 결론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전승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매 순간 현장을 잘 아는 주민과 부하 얘기를 잘 듣고 판단을 잘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윤 회장은 "한산섬에 있는 '제승당(制勝堂)'이 과거에는 '운주당(運籌堂)'으로 불렸다"며 "‘운(運)'은 오퍼레이션, 즉 운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주(籌)'는 산가지(점대) 5가지를 던져 괘를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즉 이순신 장군은 '궤'를 만들 듯 '운주당'을 장졸과 주민 얘기를 듣는 소통 장소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윤 회장은 "널리 의견을 구해 여러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이순신 장군의 '경청 리더십'은 참여자의 신뢰도를 높여 전투 때 시너지로 나타났다"며 그 예로 명량해전을 꼽았다.

"명량해전은 경청 리더십의 결정판이다. 울돌목 지형이 어떠한지, 물길이 어떤지 장군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나. 그 지역 출신 부하들과 어부들 얘기를 충분히 듣고 전략을 짰기에 대승할 수 있었던 거다. 한산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승리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뭔가 해야겠다'고 해서 의병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의병 수가 많지 않았다. 이 마을 저 마을에서 몇십 명씩, 100명 미만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전투에서 어떤 역할을 했겠나. 내 추론에는 전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다. 의병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를 장군이 경청을 통해 모아 훌륭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처럼 여러 사람이 참여하면 시너지가 나서 전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명량해전은 경청 리더십의 결정판

이순신학 박사답게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한산해전 승리에 일조한 목동 김천솔 얘기를 들려줬다.

"한산해전 때는 견내량 쪽에 일본 배가 70척 모였다는 것을 전해 준 김천솔이라는 목동이 있었다. 이 장군은 정보를 제공한 김천솔에게 쌀 한 줌을 줬다. 큰 보상은 아니지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한 이에게 사례를 한 것이다. 장군은 이처럼 상황 판단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여러 사람에게 모으는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하셨다."

윤 회장은 "명량해전 때 13척으로 왜군 300척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아군에 유리한 물때를 잘 알고 기다렸기에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이 장군은 아군에 유리한 물때가 될 때까지 대장선에서 혼자 2시간 가까이 버텼다. 지형뿐 아니라 물때까지 잘 알고 싸웠기에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지형과 물때는 그 지역 출신 수군과 주민들을 통해 정보를 얻은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경청 리더십을 기업경영에 벤치마킹하는가.

"그렇다. 우리 현실을 먼저 잘 파악하고, 경쟁사 상황을 잘 알아야 하니까. 또 어느 시기를 택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장군의 경청 리더십을 따르다 보면 그런 것을 조합할 힘이 생긴다."

윤 회장은 과거 회사를 성장시킬 때 직원들 사기를 올리는 방법 중 하나로 등산을 함께 했다고 소개했다.

"등산을 산꼭대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으로 이해하면 단순해 보이지만, 지리산 둘레길의 경우 한 바퀴 도는 데 70km가 넘는다. 함께 걷다 보면 팀워크가 저절로 생긴다. 여럿이 산에 갈 때는 무엇보다 완급 조절을 잘해야 한다. 선두와 중간, 후미 그룹이 페이스 조절을 잘해야 다 같이 완주할 수 있다. 또 오르막을 갈 때와 내리막길이나 평지 갈 때의 속도는 달라야 한다. 쉬는 것도 감안해야 하고, 식당이 여의치 않으면 도시락을 준비해야 할 때도 있고, 어디에서 쉴지, 어디에서 밥을 먹을지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 한다. 산을 함께 오르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인문학 공부, 경영 경쟁력 강화에 도움

윤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인문학과 독서를 강조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특히 1년에 6권의 독후감을 내지 않은 직원의 경우 독후감을 모두 제출할 때까지 '승진'을 보류한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인문학과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인문학이라는 게 사람에 대한 학문 아닌가. 사람마다 특성이 있고 개성도 다 다른데, 그것을 잘 파악하도록 돕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면 경영에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윤 회장은 저서 '우보천리 동행만리'에서 "독서가 좋은 질문을 만든다"며 독서의 장점을 이렇게 소개했다.

"무엇이든 반복이 주는 선물, 누적의 기쁨이 있는데 독서 경영도 그렇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다 보면 생각의 창이 날카로워져 슬슬 업무에도 도움이 되기 시작한다. …중략… 독서는 '뛰어난 아이디어나 제품'이라는 창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대신 '깊이 있게' '남이 생각하지 못한 질문'이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 창을 날카롭게 만들어준다. 그러니 하루 30분이라도 시간을 내 생각의 날을 서게 해주는 독서를 습관화하는 게 좋다. 이 30분이 3년만 쌓여도 내공이 꽤 단단해질 것이다."

한국 경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제조업 위기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다. 과거에는 남들 하는 거 열심히 따라가면 됐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스스로 먼저 개척해야 한다.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질이 우수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교육도 그런 쪽으로 해야 한다. 질 높은 교육을 통해 리더를 배출해야 한다. 해오던 방법대로 해서는 이제는 안 통한다. 자꾸 새로운 걸 찾아내야 한다. 과거에는 그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뽑으면 됐지만, 이제는 뛰어난 인재, 분야별로 특화된 인재가 필요하다. 사람의 특성에 맞게 잘할 수 있는 일을 주는 데도 인문학이 도움이 된다."

윤 회장은 "4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30년 만에 대기업이 된 것도 이순신 정신 덕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 사람과 협력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모델로 제일 좋은 게 이순신 장군이다. 장군은 장졸들 특성에 맞게 분류하고 통합해서 시너지를 냈다."

최근 트렌드가 인공지능(AI)이다.

"AI라는 게 원리가 아니고, 메소드(방법)다. AI를 어떻게 인간 삶에 유익하게 활용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윤 회장의 인재를 발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모든 인재는 좋은 인재다. 다만 인재를 저마다의 특성에 맞게 잘 활용하는 문제가 남는다. "

윤 회장은 저서 '우보천리 동행만리'에서 이렇게 강조한 바 있다.

"전방위적인 도전이 몰려오는 오늘날, 이순신이 보여주었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준비 자세는 기업의 나아갈 바를 보여준다. 일어날 모든 가능성을 살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쳐두었기에 위기에도 그는 초연하게 맞설 수 있었다."

윤 회장이 2017년부터 이순신의 삶과 철학을 전파하는 '이순신학교'를 운영해 오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토론과 현장학습으로 구성된 8주 과정의 이순신 학교를 마친 이들이 현업에서 '이순신 정신'을 활용해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끝으로 그는 이순신 정신을 통해 사회 변화를 이끌고 싶다는 작지만 큰 소망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순신학교는 비록 작은 물줄기이지만 이 맑고 청량한 샘에서 흘러 나가는 물줄기가 언젠가 한강, 낙동강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온 나라에 작은 이순신이 곳곳에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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