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싱가포르, 로보택시 타고 10% 성장…다크팩토리 전략도 본격화

정경수 2026. 5. 3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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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GICS, 2023년 개소 후 3년차
1분기 매출 394억원
영업손실도 29억원으로 축소
다품종 소량생산 거점 역할 확대
HMGICS서 검증한 SDF 기술, 글로벌 공장 확산
엔비디아 협력 기반 AI 공장 전환도 가속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로보택시 생산 확대와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전환을 바탕으로 역할을 키우고 있다. 2023년 11월 문을 연 지 3년 차에 접어든 HMGICS가 단순한 전기차 생산 거점을 넘어 현대차그룹 미래 제조 전략의 실증 기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HMGICS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94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계속영업손실은 약 29억원으로, 전년 동기 100억원대 손실에서 크게 줄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1659억6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하는 데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개선에는 아이오닉5 로보택시와 기아 EV5 등 수출 물량이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HMGICS는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의 첨단 전기차 생산 시설로, 연간 3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췄다. 기존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대량생산 공장과 달리 셀 단위 생산 시스템을 적용해 다품종 소량생산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HMGICS에서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5 로보택시, 아이오닉6 등이 생산되고 있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에 공급되는 물량이다. 지난해 약 40대가 공급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30대가량이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셔널은 우버와 연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연말께 상용 서비스 확대에 맞춰 차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웨이모와 협력하는 아이오닉5는 HMGICS 생산분과 구분된다. 웨이모용 아이오닉5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조립된 뒤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이 통합되는 구조다.

기아 EV5 생산도 HMGICS의 역할 확대를 보여주는 사례다. HMGICS는 현대차뿐 아니라 지난해 기아 차종까지 생산 범위를 넓히며 현대차그룹의 유연 생산 역량을 시험하는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지역별로 달라지고 차종 다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싱가포르 공장은 대량 생산보다 빠른 전환과 검증에 초점을 맞춘 공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모셔널 테크니컬센터에 주차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 해당 차량은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생산돼 모셔널에 공급된다. [현대차그룹 제공]

반면 싱가포르 내수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 모두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에 따르면 올해 1~4월 신차 등록대수 기준 판매 실적은 현대차 265대, 기아 356대에 그쳤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현대차 51대, 기아 22대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해외 공장에서 들여온 하이브리드 차종이었다. BYD, 체리, GAC 등 중국 브랜드가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현지 판매 순위도 지난해 각각 7위, 9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린 상태다.

이 때문에 HMGICS의 성과는 단순 판매량보다 제조 기술 실증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HMGICS의 또 다른 핵심 역할은 SDF를 기반으로 24시간 7일 자율 운영이 가능한 다크팩토리, 즉 무인공장 구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SDF는 공장 설비와 생산 데이터를 소프트웨어로 연결해 품질, 생산성, 운영 효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미래형 제조 체계다. AI 기반 지능형 제어, 로봇과 사람의 협업, 디지털 트윈, 데이터 기반 생산 시스템 등이 HMGICS에서 검증되는 주요 기술로 꼽힌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가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생산되고 있다. [모셔널 제공]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가 지난 21~22일 경기 화성에서 개최한 ‘2026 제조솔루션 미래전략포럼’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룹사 임직원 200여명의 참석자들은 제조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AI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 변화가 더 이상 미래 과제가 아니라 현재 실행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팩토리 브랜드인 ‘E-FOREST(이포레스트)’를 통해 HMGICS에서 검증한 기술을 국내외 주요 공장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조지아 HMGMA, 인도 푸네 공장, 울산 EV 전용공장, 향후 재건축될 울산 공장 등이 SDF 기술 적용 대상이다. 신공장에는 HMGICS에서 검증한 최신 기술을 우선 적용하고, 기존 공장은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알페시 파텔 HMGICS 최고혁신책임자(CIO)의 역할도 주목된다. 파텔 CIO는 2023년 HMGICS에 합류해 스마트팩토리 기술혁신그룹을 이끌며 로보틱스, AI,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기반의 지능형 제조 플랫폼 구축을 담당했다. 지난해부턴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전환센터장을 겸직하며 HMGICS에서 검증한 미래 제조 기술을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SDF 전환에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를 활용해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의 AI 모델 학습·검증·배포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엔비디아 옴니버스와 코스모스 등을 활용하면 공장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로봇 동선과 제조 공정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HMGICS에서 검증한 SDF 기술을 조지아, 울산 등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도 엔비디아와의 AI 협력이 핵심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HMGICS는 판매 대수를 늘리기 위한 일반 생산공장이라기보다 로보택시와 다품종 소량생산, SDF 기술을 먼저 검증하는 실험 공장에 가깝다”며 “싱가포르 내수 판매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보다는 이곳에서 검증한 제조 기술이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느냐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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