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교환 "내가 사랑하는 작품이 하나 더 늘었어요, 그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에요"②

김태현 기자 2026. 5. 31.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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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만으로 발견한 새 연기법·시청률 대신 선택한 것·창작자 구교환의 다음 행보 등 구교환이 직접 말하는 <모자무싸> 종영 후 감정 온도

[우먼센스]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는 박해영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다.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하던 인간이 마침내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이야기. 그 중심에 황동만이 있다. 20년째 영화감독 데뷔를 꿈꾸는 남자다.

사진=쇼박스

구교환에게 황동만은 2016년 KBS 단막극 이후 약 10년 만에 맡은 TV 드라마 주연이었다. 그간 넷플릭스 <D.P.>, <기생수: 더 그레이> 등 OTT 시리즈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그가 편성 드라마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화제였다. 드라마는 2.2%로 출발해 최종화 시청률 5.3%로 막을 내렸다. 구교환은 이 역할을 두고 "영화판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했다.

동시에 그의 또 다른 얼굴인 감독 구교환은 지금도 다음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배우로도, 만드는 사람으로도 계속 전진 중인 구교환. 인터뷰 2부는 창작자로서의 그를 이야기한다.

사진=쇼박스

"한 글자도 놓치기 싫었다. 박해영 작가의 소중한 단어들을 온전히 전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모자무싸>의 황동만에 어떻게 접근했나요?

시나리오 첫 페이지부터 영화 하는 사람들 이야기네, 했어요. 근데 열 페이지쯤 넘어가면서 달라졌어요. 이건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우리 얘기구나. 경세와 동만이의 관계, 선배들과의 관계 등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인연을 맺어온 친구들의 역사를 꺼내 연기에 녹여낸 것 같아요. 그래서 접근법은 오히려 단순했어요. 마블 원작을 실사화하는 것처럼, 박해영 유니버스 안의 황동만 역할로 캐스팅된 것. 텍스트를 잘 옮기는 것에 충실하자. 그게 전부였어요.

박해영 작가의 대사는 유독 많은 사랑을 받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그 대사들을 소화했나요?

한 글자도 놓치기 싫었어요. 배우로서 굉장히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요. 황동만은 미워 보이면서도 공감이 가야 하는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더 하이 톤으로, 대사 하나하나를 말하려고 했어요. 작가님이 써주신 단어들을 제대로 전달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죠. OK가 난 장면에서도 감독님께 한 번 더를 요청한 적이 있어요. 대사의 뜻을 더 잘 전달하고 싶어서요. 그 과정에서 저한테 새로운 연기 방식이 하나 추가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황동만의 수많은 대사 중 지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면요.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든데, 지금 이 순간 딱 떠오르는 건 '레디 액션이요'예요.

결말에서 황동만이 말을 잃잖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끝까지 황동만은 예측할 수 없구나 싶어서요. 보통이라면 '레디 액션' 외치고 입봉하고 환호하며 끝나야 하는데, '동만이가 말을 잃었대'라는 순간에 오히려 흥미가 생겼어요. 그 결말에 대한 감상은 제 것이 아니에요. 관객 분들께 드리는 거죠.

가디건 포옹신이 방송 이후 갑론을박이 있었는데요.

박해영 작가님이 대본에 써놓으신 장면을 옮긴 거예요. 황동만에 대한 모든 감상은 사실 제 것이 아니에요. 관객께 선물하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하는 거니까요. <군체>에서 서영철 패고 싶다는 감정이 관객의 것이듯, 가디건 신의 감상도 관객의 것이에요. 각자의 감상이 다 맞다고 생각해요.

사진=쇼박스

처음엔 2.2%로 시작했는데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솔직히 신경 쓰지 않았어요. '넷플릭스가 있으니까요'라고 농담부터 했는데(웃음), 진심이기도 해요. 요즘 가장 반가운 말이 "꿈의 제인 잘 봤어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잘 봤어요"거든요. 10여 년 전 작품을 꺼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콘텐츠는 영원하고 무한한 거잖아요. 작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숫자로 판단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오래 홍보하자는 마음이었어요. 2년 뒤에 <군체>를 처음 보시는 분들도 계실 거잖아요. 그분들에게는 그게 그때의 최신작이 되는 거니까요.

작품들이 연달아 잘 되는 이유가 배우 본인의 매력 덕분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제 매력도 있죠. 매력이 뭐냐고 안 물어보실 거예요?(웃음) 저도 계속 생각해 봤거든요. 배우로서의 내 매력이 뭔가. 결론은, 제 작품을 제일 사랑한다는 거예요. '이거 좋아하는 사람 나와' 하면 저 나가야 돼요. <군체>도, <모자무싸>도, <만약에 우리>도 누구보다 이 작품들의 마니아예요. 마니아 1호죠. 제가 제일 먼저 봤으니까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연애랑 똑같아요. '그 사람 왜 좋아?' 했을 때 이상형이 꾸준하지 않잖아요. 저도 매력에 빠지는 게 너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요. 그 기준이 감독님일 때도 있고, 상대 배우일 때도 있고, 시나리오일 때도 있고, 촬영 감독님일 때도 있어요. 연상호 감독님 작품 같은 경우엔 감독님을 좋아해서 선택했죠.

"콘텐츠는 영원하고 무한하다. 2년 뒤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그 작품이 곧 최신작이니까."

이번에 배우로서 처음 칸 영화제를 경험했는데요. 감독으로서도 언젠가 칸을 꿈꾸고 있나요?

어떤 영화제든 감독으로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구와 야망은 실시간으로 계속 진행 중이에요. 지금도 파트너를 찾고 있고요. 가깝게는 〈너의 나라〉 후반 작업 중이고, 이옥섭 감독님과 함께 운영하는 2X9(이엑구, 영화감독 이옥섭과 배우 구교환이 함께 설립한 창작 집단이자 프로덕션)프로덕션에서는 연말에 이옥섭 감독님의 단독 연출작 〈사랑의 카운셀러〉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거예요. 조금만 더 관심 가져주시면 창작자로서의 모습도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쇼박스

최근 AI가 큰 화두인데요. 창작자로서 작업할 때 AI를 활용하는 편인가요?

2025년 8월 그룹 에스파(aespa,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새 앨범 'Rich Man'(리치맨) 트레일러 작업할 때 외부 주행 장면에 도움을 받았어요. 미쟝센 단편영화제 트레일러를 연출했을 때는 스태프들에게 콘셉트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고예산 영화가 아니니까 제미나이한테 부탁을 했죠. 근데 재밌는 게, 원하는 콘셉트대로 안 나와서 AI가 작업물 대신 결국 제가 직접 했어요. 역시 데이터를 이기는 건 인간이구나, 콘텐츠는 편집하다 보면 생명처럼 계속 진화하는구나 싶었어요.

AI가 창작자를 위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잖아요.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AI는 영화 전체를 장악할 수 없어요. VFX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된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AI는 인서트 컷 같은 거예요. 영화를 표현하는 무기가 하나 더 생긴 것. 연출자가 충분히 장악할 수 있다면 잘 쓰는 게 중요한 거지, 전적으로 의지하면 재미없어지죠.

만약 감독 구교환이 배우 구교환을 캐스팅한다면 어떻게 쓰고 싶나요?

모션 캡처로 쓰고 싶어요. 라쿤처럼요. 슬라임이어도 상관없고. 제가 연출하는데 제가 또 나오면 징그럽잖아요(웃음). 배우 구교환이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배우로도, 감독으로도 계속 달리고 있는데, 그 동력이 뭔가요?

그냥 계속 하고 싶어서예요. 연기가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어요. 그 재미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그게 전부예요.

이 많은 작품들을 거치고 나서, 지금 구교환에게 남은 게 있다면요.

변화나 성장보다는 그냥, 사랑하는 작품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 그걸로 충분하죠.

지금 이 시점, 구교환에게 가장 솔직한 감정 온도를 묻는다면요.

벅참이요. 그리고 개초록색. 녹색이에요.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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