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누나·어머니 줄초상 고통에…오만한 건축가, 겸허함을 배웠다 [Book]
![지난 2월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중앙 주탑인 ‘예수 그리스도 탑’ 꼭대기에 설치된 십자가의 모습. 높이 172.5m의 예수 그리스도 탑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가장 높은 탑으로 오는 6월 레오 14세 교황이 직접 참석하는 축복식을 통해 공식 공개될 예정이다. [A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31/mk/20260531054805549oauh.jpg)
올해 타계 100주년을 맞는 건축가 가우디의 전기인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카톨릭 사제이자 성경학 박사인 저자 아르만드 푸치가 쓴 책은 가우디의 일생을 규정한 ‘가톨릭 신앙’이라는 프리즘으로 그의 작품과 생애를 바라본다.
저자에 따르면 가우디는 5년 과정의 바르셀로나 주립 건축전문학교를 3년 만에 졸업한 1877년, 25세의 나이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다. 시청이 발주한 프로젝트와 바르셀로나 대성당의 파사드, 돔 설계에 참여하면서 명성을 얻게 된다. 1883년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총책임자가 된다.
촉망받는 건축가로 멋을 부리는 쾌락주의자의 삶을 즐기던 와중에 그를 신앙에 매달리게 한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다. 1876년부터 1880년까지 형, 어머니, 누나, 매형이 세상을 등진다. 1892~1893년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주였던 출판업자 보카베야의 딸과 사위가 유명을 달리했으며, 정신적 스승이던 조안 밥티스타 그라우 주교마저 타계했다. 가우디는 1894년 사순절 동안 죽음에 이르는 단식을 통해 출구를 찾는다. ‘주님의 뜻과 일치하는 삶’이었다.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공공 저작물]](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31/mk/20260531054806861kfam.png)
종교 건축물에는 교조적이라고 할 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말년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에만 관여했으며, 1906년에는 경제 위기로 성당 건축비가 위협을 받자 보수마저 포기하고 그동안 벌어둔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갔다. 일을 하지 않을 땐 예배와 기도에 몰두했다. 삶을 단순화하며 대성당 건립에 집착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가 원한 것은 모든 찬미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곧 주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기 위해 구상된 그 위대한 교회에 돌아가길 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언제나 명예나 공로 혹은 상을 거부했다.”
저자는 사제로서 해박한 영적 지식과 함께 가우디와 관련한 역사적 연구과 비평 자료, 설계 도면, 구현된 실제 작품 등을 총망라해 ‘삶과 일’ 모두에 신앙을 구현하고자 했던 한 인간을 응시한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 관절염에 시달리고 가족을 연달아 잃은 고통 속에서도, 신이 창조한 자연에서 발견한 섭리와 아름다움에 전율하고 이를 작품으로 남겼던 그의 모습은 구도자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성경 ‘시편’에 담긴 구절이자 가우디 장례식의 추도문에 선택된 글귀로 그의 삶을 요약한다. “저는 당신께서 계시는 집과, 당신의 영광이 깃드는 곳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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