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고온다습·스트레스? 홍명보호는 과학으로 싸운다[여기는 솔트]

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겨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선 흥미로운 장면이 여러 가지 눈에 띈다.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이 끝난 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게 대표적이다. 메이저리그사커(MLS) 레알 솔트레이크 훈련장으로 장소를 옮긴 뒤에는 실내 사우나 시설을 이용하고 있지만, 첫 훈련 장소인 유트사커필드에선 이동식 욕조에 들어가는 사진이 팬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공개된 베이스캠프의 라커룸에선 몸 속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냉수 욕조가 강조됐던 터라 비교가 됐다.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다른 선택을 내린 것은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르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대한 대비책이다. 과달라하라는 해발 1571m에 달하는 고지대로 유명하지만, 고온다습한 환경도 경계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다. 온도는 낮 최고 섭씨 31~32도 수준이지만 습도가 60~66%로 높다. 홍 감독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에 번갈아 들어가는 ‘열 적응’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운동이 끝난 뒤 뜨거운 물에서 체온을 일정 시간 유지하면, ‘열 쇼크 단백질’이 생성돼 고온다습한 환경 적응을 돕는다는 설명이다.
홍명보호는 과달라하라의 고지대도 과학의 힘으로 극복하고 있다. 고지대는 공기 밀도가 낮아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부족해 쉽게 지친다. 선수들의 산소 섭취량이 감소하면 젖산 축적이 빨라지면서 스프린트 능력도 저하된다.
고지대 적응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선수들은 아침 식사 전과 훈련 전후 등 하루 4번씩 몸 상태를 체크한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훈련 사진에는 선수들이 산소포화도를 체크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량을 조절해 고지대 적응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 다른 고지대였던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대표팀 주치의였던 송준섭 박사(강남제이에스병원장)가 이번 대회도 수석주치의를 맡아 고지대 적응을 총괄하고 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31일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을 앞두고 “고지대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이젠 고비를 넘겼다”면서 “선수들이 (체력을 점검하는) 셔틀런 테스트를 할 때 예전 데이터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의 장기 레이스에 대비하는 조치도 있다. 이번 월드컵이 본선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선수들은 예년보다 늘어난 대회 기간 스트레스와 싸워야 한다. 고지대 적응을 위해 대회 준비 기간이 늘어난 것까지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홍명보호는 선수들의 지친 마음을 돌보기 위해 한덕현 멘털코치(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초빙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원정에서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한 교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솔트레이크시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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