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의 우리술 이야기)타산지석, 수제맥주로 전통주를 본다

최미화 기자 2026. 5. 31.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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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지난주, 모처럼만에 수제맥주 애호가 몇 명과 함께 수제맥주 시음을 했다. 한때 부산을 대표하는 수제맥주 양조장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신맛의 사우어 맥주를 선보이면서 탄탄한 매니아층을 확보했던 와일드웨이브 양조장의 몇몇 맥주였다.
하지만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이 양조장은 최근 부산회생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고 관련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부산의 몇몇 수제맥주 양조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전체 수제맥주 열풍을 이끌어왔던 양조장의 파산신청이라 매니아층의 충격이 컸다.
수제맥주 양조장이 최근 줄도산을 하고 있다. 한때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유통망을 타고 급성정해왔던 수제맥주 업계는 오히려 이 유통망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자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실제 수제맥주 양조장들은 이업종과의 콜라보를 통해 자체적인 경쟁력보다는 그들 업종의 유명세에 편승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왔다.
와일드웨이브의 파산신청에 앞서 서울 성수동의 어메이징브루컴퍼니도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한때 '곰표 밀맥주'로 이름을 알렸던 세븐브로이맥주도 지난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었다.
지역적인 특색을 잘 살려왔다는 평과 함께 4년 연속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수상해왔던 경남 남해의 완벽한인생 브루어리도 작년 연말 폐업했다. 이 양조장은 대형 유통채널과 편의점 유통망에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코스닥 상장으로 떠들썩했던 제주맥주 역시 두 차례 경영권이 오갔고 카브루와 플래티넘도 마찬가지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수제맥주 시장의 침체는 이들 유명 양조장들도 버티기 어려울 만큼 힘든 과정이었다. 수제맥주 마니아들은 한국 수제맥주 1세대의 붕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 수제맥주양조장은 단순히 개인들의 사업 실패에 불과한 것일까.
2024년 통계상 수치로는 한국 맥주시장의 매출규모는 약 3조2천억 정도다. 하지만 오비와 하이트진로로 대표되는 대기업맥주의 점유율은 이중 70% 정도로 약 2조3천억 원 규모다. 편의점 유통의 수제맥주는 약 550억 규모로 점유율은 1.7%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수입맥주와 크래프트 맥주를 합친다 해도 약 650억원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와중에 무리한 외형확장과 유통구조의 한계가 수제맥주를 무너뜨려 왔다.
그렇다면 한국전통주의 앞길은 어떨까. 소비트렌드는 바뀌고 주소비층인 2030세대의 취향도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통주는 어떤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할까.
사실은 우려스러운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수제맥주가 걸어온 길을 한국전통주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혼술과 홈술트렌드에 편승해 몸집을 키워왔던 수제맥주는 이후 하이볼 열풍과 전통주의 강세에 점점 매출이 줄어드는 위기를 겪어왔다.
걱정은 전통주가 수제맥주의 길을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에 의존하는 구조가 그렇다. 이런 구조가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먼저 이 길을 걸어왔던 수제맥주를 보면서 전통주 또한 같은 결과를 내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대량 유통이라는 유혹에 협상력이 약한 소형 전통주 양조장은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눈앞의 매출 유혹에 빠졌다가 경쟁이 과열되면 어느 한순간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저알콜, 무알콜 주류로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미 올해 저알콜과 무알콜 시장은 지난해보다 25%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 밀맥주', '○○ 흑맥주' 등 타 브랜드 인지도에 편승해 콜라보 형식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수제맥주 업계의 관행도 전통주 업계로서는 주의깊게 살펴봐야할 대목이다.
최근 수제맥주 양조장들의 잇단 파산신청은 전통주 업계도 반드시 돌아봐야할 대목이다. 행여 현재의 달콤함에 젖어 미래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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