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경고 있었는데…" 서소문고가 철거 안전관리 부실 지적
전문가 "형식적 승인 절차가 사고로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와 관련해 철거 설계 단계부터 제기된 안전 우려가 이후에도 줄곧 반영되지 않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동일한 위험 요인이 지적됐지만, 이러한 우려를 방치한 채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3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는 설계 단계에서 실시된 '설계 안전성 검토' 과정부터 위험 요인이 지적됐다.
2년 전인 2024년 6월 국토안전관리원은 서소문 고가 개축 설계안전성 검토 보고서에 대해 ▲ 가설지지대 등 보강계획 수립 ▲ 구조 안전성 검토 결과에 따른 해체 순서도 작성 ▲ 장비동선 및 해체순서에 따른 주요 부재 구조 안전성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당시 서울시는 해당 사항을 설계 단계에 반영하지 않고 향후 "시공 단계의 '안전관리계획서'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관리원의 지적 사항은 설계 이후 시공 단계에서 작성된 안전관리계획서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연합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을 통해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안전관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 관리원은 안전관리계획서를 검토한 뒤 설계 단계에서 문제 삼은 내용과 동일한 부분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에 시공사인 흥화건설은 서울시에 보완 서류를 제출했으나, 관리원의 지적 내용은 충분히 보강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해당 서류를 최종 승인했고, 이후 철거 작업이 그대로 진행됐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당시 시공사가 제출한 서류를 보면, 관리원이 지적했던 가설 지지대 등 보강 계획은 포함되지 않고, 구체적인 구조안전성 검토 보고서도 첨부되지 않았다"며 "관리원이 지적한 위험 요인과 이번 사고 간 연관성이 높지만, 서울시가 이를 제대로 보강하지 않은 계획서를 승인하면서 사고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구체적인 거더 절단 순서나 절단 후 7m를 남겨두는 내용 등은 서류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최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S9 구간이 구멍을 뚫고 줄톱을 넣어 한 번에 절단하도록 설계됐지만, 실제로는 21m만 절단하고 나머지 7m를 남겨두는 방식으로 진행돼 떨어지기 쉬운 상태가 됐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사전에 지적된 사항이 충실히 반영됐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며 "관리원이 동일한 위험을 두 차례 지적했음에도 실질적 내용이 없는 계획서가 승인된 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닌, 안전관리 승인 체계 전반의 형식적 운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yn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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