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에 주저앉더니… 천위페이 영혼까지 털어버린 안세영의 '소름 돋는 독기'
'너한테는 절대 안 패해'… 천위페이 천적 관계 굳힌 지독한 뒷심의 마법
"이제 야마구치 나와라"… 올 시즌 4관왕 대관식까지 단 한 걸음

[파이낸셜뉴스]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또 한 번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드라마를 썼다. 경기 도중 주저앉는 아찔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무서운 정신력으로 숙적 천위페이(중국)를 진흙탕 싸움 끝에 꺾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30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BWF 싱가포르오픈(슈퍼 750) 준결승에서 세계 4위 천위페이를 2-1(20-22, 21-12, 21-15)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올 시즌 4번째 우승컵을 향한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게 됐다.
시작은 가시밭길이었다. 1게임부터 숨 막히는 혈투가 벌어졌다. 무려 47회, 56회에 달하는 지독한 장기 랠리가 이어지며 체력이 급격히 소모됐다. 일진일퇴의 공방전 끝에 20-20 듀스까지 갔으나, 막판 연속 실책이 나오며 아쉽게 첫 세트를 내줬다.
진짜 위기는 2게임 초반에 찾아왔다.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안세영이 돌연 극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코트 위에 주저앉았다. 대회 의료진이 긴급히 투입될 정도로 코트 안팎에 일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몸 상태가 정상인 아닌 것이 확연해 보였다.
하지만 쓰러질 것 같던 여제를 깨운 건 특유의 '사냥꾼 본능'이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안세영은 언제 아팠냐는 듯 매서운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물망 수비로 천위페이의 진을 빼놓으며 2세트를 21-12로 완전히 압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3게임은 안세영의 독무대였다. 몸을 가누기 힘든 컨디션이었음에도 날카로운 하프 스매싱을 코트 구석구석에 꽂아 넣으며 천위페이의 수비를 무력화했다. 경기 후반 5연속 득점으로 승기를 잡은 안세영은 천위페이의 마지막 공격이 네트에 걸리는 순간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승리로 안세영은 천위페이와의 상대 전적을 16승 14패로 벌렸고, 최근 6차례 맞대결에서 5승 1패라는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완벽한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
만리장성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꺾어버린 안세영은 오는 31일,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를 상대로 싱가포르 하늘에 애국가를 울릴 준비를 마쳤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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