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한 30대女, 마약진통제 써도 두통 심해져... ‘커피’ 끊은 탓?

자가면역병인 전신성홍반성루프스 등 여러 가지 병을 앓는 30대 여성이 병원 입원 후 편두통이 극심해져 뇌척수액을 뽑아내는 척추천자를 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 환자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았지만 구토와 빛·소리 과민증을 동반한 중증 편두통의 발작 증상이 낫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
미국 레거시 살몬 크릭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각종 지병을 앓는 33세 여성의 척추천자 시술을 앞두고, 이 환자에게 블랙커피 한 잔을 마시게 해 30분 만에 편두통이 사라지게 한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다. 이 환자는 전신성홍반성루푸스, 전신성경화증 등이 겹친 복잡한 상태였다.
환자는 독시사이클린 복용 후 발생한 스티븐스존슨증후군과 구강점막염으로 입원했지만, 입원 3일째에 통증이 극심한 박동성 두통(통증강도, 10점 만점에 10점)과 구토 증세를 보였다. 박동성 두통은 맥박이 뛰는 듯 욱신거리는 통증을 보이며 편두통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의료진은 지병인 자가면역병으로 인한 루푸스뇌염이나 무균성뇌막염 등을 일단 의심하고 자기공명영상(MRI)·자기공명혈관조영술 등 뇌 영상검사를 한 뒤, 마약성 진통제 등 편두통 약을 여섯 가지나 투여했다. 하지만 전혀 차도가 없었고, 오히려 더 증상이 심해졌다.
의료진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원인 규명을 위해 뇌척수액을 뽑아내는 위험한 요추천자 시술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환자가 평소에 하루 300~500mg의 카페인을 커피로 섭취할 정도로 카페인 중독(사용장애)이었고, 입원 후 병원 지침과 자신의 점막염으로 4일간 카페인을 전혀 섭취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알았다.
의료진은 간호실에 있던 블랙 커피 약 240ml(약 8온스)를 마시게 했다. 일종의 도전적 시도였다. 그런데 뜻밖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환자의 두통과 구토 증상은 30분 이내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예정된 요추천자는 전격 취소됐고, 환자는 당일 무사히 퇴원했다.
의료진은 세 가지 조치를 취했다. 독시사이클린 부작용으로 발생한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의 증상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쓰던 주사제 대신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스테로이드제(프레드니손)를 처방하고,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용량을 서서히 줄여나가게 했다. 특히 중증 편두통의 원인이 카페인 섭취 중단으로 드러난 만큼, 평소 마시던 양만큼 커피를 다시 마시게 했다. 눈 등 다른 부위에 대한 합병증 점검을 위해 안과 외래 진료를, 홍반성루푸스 등 자가면역병 치료를 위해 류마티스 내과 외래 진료를 예약해줬다.
연구팀은 어떤 입원 환자가 갑자기 중증 편두통 증상을 보일 경우, 치명적인 뇌 질환을 의심하기 전에 평소 생활 습관인 '카페인 중독(카페인 사용장애)' 여부를 확인해 카페인 금단 증상의 가능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The Bustelo Bolus: Caffeine Withdrawal Mimicking Status Migrainosus in a Patient With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and Systemic Sclerosis Overlap)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일반적으로 카페인 금단 편두통은 커피 등 카페인 성분을 마지막으로 섭취한 뒤 12~24시간 이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두통의 통증 강도는 섭취 후 약 20~50시간에 가장 높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2~9일간 지속된다.
입원 환자는 마음대로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 카페인은 혈압과 심박수를 변화시켜 진단 검사를 방해할 수 있다. 수술이나 마취를 앞둔 경우 위산 분비를 촉진해 치명적인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종합 평가한 뒤 처방하면 카페인 성분을 소량 섭취할 수 있다.
카페인을 오랜 기간에 걸쳐 만성적으로 섭취하면 뇌 속 아데노신 수용체가 늘어난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금식으로 카페인 섭취를 갑자기 끊으면 일종의 카페인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구토와 과민증을 동반한 중증 편두통 발작이 일어나며, 의료진도 오진하기 쉽다.
대부분의 입원 환자는 금식이나 구강 통증 등으로 카페인을 끊는다. 피부를 절개하는 등 침습적이고 위험한 검사에 앞서, 의료진은 반드시 환자의 평소 카페인 섭취 습관을 확인해봐야 한다. 이 사례와 같이 커피를 처방하는 '도전적인 시도'가 안전하고 신속한 진단·치료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평소 하루에 커피를 얼마나 마시면, 이 환자처럼 극심한 '카페인 금단 편두통'이 발생할 수 있나요?
A1. 국제두통학회(IHS)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2주 이상 매일 200mg 이상의 카페인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다가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 두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200mg은 통상적으로 전문점 아메리카노 1~2잔이나 캔커피 2~3잔만 마셔도 쉽게 도달하는 수치입니다. 이 사례 속 환자는 하루 300~500mg을 마시던 카페인 중독(사용장애) 상태였기 때문에, 입원 후 공급이 끊기자 마약성 진통제도 듣지 않는 최고 강도(10점 만점에 10점)의 중증 편두통 발작이 나타났습니다.
Q2. 입원 환자에게 두통이 생겼을 때, 일반 '긴장성 두통'과 이 사례와 같은 '카페인 금단 편두통'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A2. 가장 큰 차이는 동반 증상과 발생 타이밍입니다. 단순 긴장성 두통은 머리가 띠를 두른 듯 무겁고 둔하게 아픈 것에 그칩니다. 하지만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나타나는 편두통은 뇌혈관 확장과 삼차신경 감작을 동반하기 때문에 심장이 뛰듯 욱신거리는 박동성 통증과 함께 구토, 빛 과민증, 소리 과민증이 함께 밀려옵니다. 또한 마지막 커피를 마신 지 정확히 12~24시간 안에 시작돼 2~3일째에 통증이 극에 달합니다. 입원 후 이틀째 되는 날 구토를 동반한 극심한 편두통이 시작됐다면, 그 원인으로 카페인 섭취 중단을 가장 먼저 의심해봐야 합니다.
Q3. 만약 구강 통증이나 수술 전 금식 때문에 커피를 입으로 전혀 마실 수 없는 입원 환자라면, 카페인 금단 편두통을 어떻게 예방하거나 치료하나요?
A3. 입으로 음료를 삼킬 수 없는 환자도 다른 방법으로 카페인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이 환자의 카페인 중독 이력을 확인하고 처방을 내리면, 커피를 직접 마시는 대신 수액 정맥주사로 카페인 성분을 주입하는 '정맥 내 카페인 투여' 방식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금단 증상을 안전하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카페인이 혈압과 심박수에 영향을 주므로, 의료진의 종합적인 판단과 처방이 꼭 필요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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