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가 무슨 죄? 김혜성, '가시밭길' 자초...결국 실력 부족, 호기로 극복하기엔 역부족

이번 사태의 본질을 보려면 지난 비시즌 김혜성의 선택을 되짚어봐야 한다. 당시 LA 에인절스는 김혜성에게 다저스보다 좋은 금전적 대우와 함께, 부진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잔류를 보장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적응이 최우선이었던 아시아권 타자에게 이보다 더 안전하고 편안한 꽃길은 없었다.
하지만 김혜성은 슈퍼스타들이 즐비하고 매년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를 제 발로 선택했다. 마이너리그 강등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명문 팀 시스템에서 경쟁하겠다는 호기로운 도전이었지만, 이는 곧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정글로 걸어 들어간 것과 다름없었다.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 구단은 김혜성에게 줄 만큼 기회를 줬다. 시즌 초반 주전들의 부상 공백 속에 김혜성은 유틸리티 자원으로 중용됐고, 4월 한 달간 타율 0.296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문제는 5월 중순부터였다. 김혜성의 약점이 노출되면서 스윙 메커니즘이 무너졌고, 헛스윙과 삼진 비율이 급격히 치솟았다. 출루율과 선구안을 극도로 중시하는 다저스 뇌뇌부 입장에서 타율이 0.259까지 떨어지며 타석에서 주저하는 타자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계속 남겨둘 이유는 없었다.
다저스는 1패에 목을 매는 '윈나우' 팀이다. 선수의 성장이나 적응을 느긋하게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못하면 내려가고 잘하는 선수가 올라오는 프로의 냉정한 법칙 속에서, 로버츠 감독은 팀 승리를 위한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 지명할당되었던 산티아고 에스피날을 재콜업하고 김혜성을 내린 것은 데이터에 기반한 조치다.
에인절스의 안정적인 제안을 뿌리치고 다저스의 치열한 생존 게임을 택한 것은 김혜성 본인이다. 선택의 대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실력 부족을 드러내며 강등된 지금, 감독의 기용 방식이나 주변 환경을 탓할 핑계는 없다. 결국 가시밭길을 통과해 다시 빅리그로 돌아오는 것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피눈물 나는 조정을 거쳐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내야 하는 김혜성 스스로의 과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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