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지어 月 50만원 준다”... 막 던지는 ‘에너지 연금’ 공약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전국 곳곳에서 ‘에너지 연금’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에 태양광·풍력·원전 등 에너지 시설을 짓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에게 현금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본지가 기초단체장 후보 585명의 5대 공약을 전수조사한 결과, 에너지 연금을 내세운 후보는 126명(21%)에 달했다. 광역단체장 후보 54명 중에서도 15명(27%)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개발이 집중되거나 원전이 밀집한 전남·전북·강원·경북·충남 기초단체장 후보 253명 중에서는 무려 87명(34%)이 수익 배당을 약속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드라이브와 지방 소멸의 위기감이 맞물리면서, 에너지 연금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손쉬운 표심 공략 카드로 부상했다. 이재명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밀어붙이면서, ‘태양광·풍력 = 지역 돈줄’이라는 도식을 유권자에게 팔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여기에 인구 감소와 재정 위기로 벼랑 끝에 몰린 지자체들의 절박함이 더해졌다.

◇ 여야 불문, 무리한 에너지 연금 공약
문제는 대부분의 공약이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우량 신안군수 후보(더불어민주당)는 해상풍력 3.7GW(기가와트)와 태양광 4~5GW를 기반으로 모든 군민에게 매월 5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지역 내 일부 섬 주민에게 분기 최대 60만원을 지급하는 기존 햇빛연금을 전 군민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원전 8~9기 규모의 초대형 발전 설비가 정상 가동되고 막대한 송배전망도 뒷받침돼야 한다. 김동구 태백시장 후보(더불어민주당)는 400MW(메가와트) 규모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시민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겠다고 했다. 천문학적인 사업비 조달 방안이나 실제 수익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야당 후보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도창 영양군수 후보(국민의힘)는 2028년부터 전 군민에게 월 20만원의 에너지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발전소 인허가 및 건설에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우 삼척시장 후보(개혁신당)는 원전 2기를 유치해 연 6000억원의 수익을 내겠다고 했지만, 실제 원전 2기에서 지자체에 돌아가는 법정 재원은 연간 수백억원 수준이다. 김민영 정읍시장 후보(조국혁신당)도 시민 1인당 연 100만원 지급을 내세웠는데, 이를 위해선 대형 원전 4~6기에 맞먹는 8GW 규모의 태양광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 막혀버린 전력망, 배당금 약속은 요원
특히 상당수 공약은 발전소만 지으면 바로 현금을 나눠줄 수 있는 것처럼 포장됐다. 하지만 발전 수익은 생산한 전기를 내다 팔아야만 생긴다. 현재 전국의 전력망은 대부분 포화 상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31년 말까지 광주·전남 103곳, 전북 61곳, 강원·경북 25곳 등 전국 205개 변전소에서 신규 발전설비 접속이 원천 차단된다. 에너지 연금 공약이 집중된 전남·전북·강원·경북·충남 지역과 겹친다. 이들 지역 후보 87명 가운데 전력망 확충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필수 대책을 함께 언급한 이는 고작 13명(15%)에 불과했다. 전기를 만든 뒤 흘려보낼 도로도 없는데 현금 배당부터 약속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발(發) 발전소 경쟁이 현실화할 경우 전력 불안정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망이나 수익 구조에 대한 구체적 고민 없이 ‘햇빛과 바람이 연금이 된다’고 공약하는 건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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