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대표팀도 몰랐던 정몽규 회장 사퇴 선언...월드컵 앞두고 전격 결단 내린 이유

정승우 2026. 5. 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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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은정 기자]

[OSEN=정승우 기자] 정몽규(64)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 결정은 대표팀은 물론 축구협회 내부에도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불과 보름 앞둔 시점, 홍명보 감독과 선수단도 발표 직전까지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29일 정몽규 회장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라며 "대표팀이 본선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협회를 운영하는 동안 여러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모든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며 "대표팀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85.6%의 지지를 얻으며 4선에 성공한 정 회장은 임기 종료 시점인 2029년을 채우지 않고 북중미 월드컵 종료 후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더 놀라운 것은 발표 과정이었다.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월드컵 사전 캠프를 진행 중인 홍명보호에도 사퇴 결심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

현지시간 28일 밤 늦게야 관련 사실이 전달됐다. 공식 성명이 공개되기 직전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휴식 중이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모두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은 이후 긴급하게 스태프 미팅을 진행하며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뿐만이 아니었다. 불과 사흘 전까지 정 회장은 정례 임원회의를 정상적으로 주재했다. 때문에 축구협회 주요 실무진들 역시 사퇴 발표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평소 돌발적인 결정을 잘 내리지 않는 성향으로 알려진 만큼 내부 충격은 더욱 컸다.

다만 최근 들어 정 회장의 고민은 깊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축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자진 사퇴에 대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3선 임기 후반부터 이어진 행정 논란과 여론의 비판, 정부와의 갈등이 계속됐고 월드컵 결과에 따라 자신의 거취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부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은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문체부는 지난해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와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등을 문제 삼았고 정 회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으로 대응했지만 지난달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에도 협회는 항소를 결정했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 발표 당시 홍명보 감독이 선임 과정에서 특혜를 받거나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축구 팬들의 시선은 달랐다.

정 회장을 향한 비판이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으로까지 번졌고, 결국 월드컵 본선을 앞둔 국가대표팀이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실제 축구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이 부분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외부 비판과 압박을 성과와 미래 비전으로 극복하려는 생각이 강했다"라며 "다만 월드컵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대표팀이 충분한 응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가장 부담스러워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조금이라도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외부 압박설에는 선을 그었다.

협회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외부 압박에 대한 부담 때문에 내려진 결정 아니냐는 시선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표팀이 진정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협회가 흔들리지 않고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동력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이유였다"라고 설명했다.

또 "정 회장은 한국 축구를 위해 자신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런 결심 끝에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뒤 13년 동안 한국 축구 행정을 이끌었다.

재임 기간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추진 등 여러 성과를 남겼다.

반면 국가대표 감독 선임 논란과 승부조작 연루 축구인 기습 사면 추진, 협회 행정을 둘러싼 각종 비판 역시 끊이지 않았다.

[OSEN=수원, 이대선 기자]


정 회장은 월드컵 기간에도 협회장직을 유지한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그는 다음 달 9일 개최국 멕시코로 출국해 대표팀 지원 업무를 이어갈 계획이며, 대회 종료 후 공식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13년 동안 이어진 정몽규 체제는 이제 마지막 시간을 향하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돌입한다. 정관에 따르면 회장 궐위 시 부회장이 직무를 대행하며, 잔여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을 경우 60일 이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대표팀은 지금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고지대 적응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의 갑작스러운 결단이 한국 축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홍명보호가 월드컵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시선이 쏠린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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