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만 받으면 그만?”…선거철 유세차량에 시민 안전은 ‘뒷전’ [현장, 그곳&]
선거유세 민원 한 달 새 248% 급증…“단속 현실적 한계”
전문가 “선거운동 자유 보장하되, 관리체계 보완해야”

“선거철엔 도로 안전을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29일 오전 8시께 수원 장안구 성균관대역 사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임지혁씨(가명·43)는 “출근길에 도로를 점령한 유세차량 때문에 우회전하다 사고가 날 뻔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당시 도로 갓길에는 유세차량이 정차해 있었고, 그 앞을 선거운동원들이 가득 메우면서 시야가 가려진 상태였다.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임씨는 급히 핸들을 꺾으며 추돌 사고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횡단보도와 맞닿은 자전거도로 바로 뒤편, 유세차량은 노란색 빗금이 쳐진 안전지대를 침범하면서 보행자들의 통행 공간은 자연스럽게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장갑을 낀 채 피켓을 든 선거운동원들이 횡단보도 진입로 주변까지 촘촘하게 서 있다 보니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과 자전거 이용자들이 좁은 틈새에 아슬아슬하게 서면서 도로 쪽으로 밀려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튿날인 30일 같은 시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횡단보도 옆 노란색 안전지대 인근에는 유세차량이 정차해 있었고, 선거운동원들은 보행로 주변까지 늘어서 있었다. 출근길 시민들은 좁아진 통행 공간 사이를 피해 움직여야만 했다.
임씨는 “선거철이면 이곳이 무슨 성지라도 되는 것처럼 유세차량이 밀려든다”며 “길이 좁아지고 차량까지 몰리다 보니 클락션 소리도 늘고 혼잡이 심해진다”고 토로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유세차량 등 선거운동으로 인해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수원역과 성남 미금역, 용인 수지구청역, 안산 상록수역 등 인파가 몰리는 곳마다 유세차량으로 교통 흐름이 막히고 보행자 안전마저 위협하면서 표를 구하려는 행위가 오히려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선거유세’ 관련 민원은 총 1만2천546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5월 1일~30일까지 접수된 선거유세 관련 민원은 1천118건으로, 4월(321건)보다 248.3% 증가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으며, 이 경우 후보자 측에 내용을 전달해 교통 불편이나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의 유세차량은 도로교통법 적용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지자체는 현장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 중 도로변 등에서 연설과 차량을 이용한 유세를 허용하고 있지만 도로교통법상 안전지대의 경우, 보행자와 차량 통행 안전을 위해 차량 진입이나 정차가 금지된다. 유세차량 역시 예외가 아니며 교차로와 횡단보도, 건널목 등에서도 주정차할 수 없다.
유세차량의 불법 주정차에 대해선 지자체와 경찰이 단속을 맡고 있다. 다만, 선거운동 특성상 차량이 계속 이동하는 데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도 13일로 짧아 현장에서는 계도와 이동 요청 위주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극도의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는 선거 기간 중 유세차량 단속의 경우,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운동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만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선거운동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최소한의 교통질서 관리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 유세는 후보자가 유권자를 만나 정책과 공약을 알리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과정”이라며 “다만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교통 불편이나 안전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시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관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나우 인턴기자 rightno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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