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장사 순이익 6년 연속 사상 최고라는데[글로벌 현장]

한경비즈니스외고 2026. 5. 30. 13: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닛케이지수 7만까지 오른다는 전망도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지난달 25일 사상 처음으로 65,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한 시민이 도쿄 마루노우치의 증권사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6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정세 불안과 원유 가격 급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금리 상승이라는 새로운 환경 변화가 소재·부품·장비에 강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을 떠받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일본 증시의 급등이 단순한 기대 심리가 아니라 실제 기업 이익 증가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3월 결산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약 960개사의 2026사업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순이익은 전기 대비 4~5% 증가한 약 57조6000억엔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예상대로라면 일본 상장기업 순이익은 6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전체 기업의 60% 이상이 증익을 예상하고 있다.
기업이익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지수는 5월 25일 6만5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달 7일 종가기준 처음 6만선을 돌파했는데 한달도 되지 않아 6만5000을 넘어선 것이다. 주가지수가 단기에 너무 가파르게 오르자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도쿄 증권가의 시각은 다르다.

주가 급등에도 PER은 낮아져

도쿄증권거래소 주가지수(TOPIX)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2월 고점 당시 17배 초반 수준에서 최근 16배 중반대로 오히려 낮아졌다. 주가는 상승했지만 기업들의 예상 이익(EPS)이 더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밸류에이션 거품이 아니라 실적 장세’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올해 초 일본 증시 상승은 PER 확대가 주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리스크가 급부상했던 3월에는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PER이 하락했고 기업 이익 전망도 주춤했다.

하지만 4~5월 결산 발표 시즌을 거치며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기업들이 예상보다 견조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전망치가 다시 상향 조정되기 시작했다.

닛케이는 “5월 22일 기준 TOPIX의 연초 대비 상승률 14.2% 가운데 EPS 증가 기여도는 7.8%포인트로 PER 상승 기여도(6.4%포인트)를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일본 증시 상승의 무게중심이 ‘기대’에서 ‘실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키오시아, 도요타까지 제치나

상장사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AI 산업이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경쟁이 이어지면서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수요가 일본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후루카와전기공업은 데이터센터용 광섬유 판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TDK는 데이터 처리용 하드디스크(HDD) 부품 판매 확대 수혜를 보고 있다. 히타치제작소 역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힘입어 송배전 설비 사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종 호황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어드반테스트는 올해 다시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할 전망이며 도쿄일렉트론 역시 증익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은 메모리 업계 실적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낸드 플래시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키오시아홀딩스의 올해 4~6월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의 48배인 8690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키오시아홀딩스의 주가는 연초 대비 5배 이상 뛰었지만 PER은 오히려 낮아졌다. 시장이 단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이익 증가를 반영하고 있다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닛케이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키오시아홀딩스가 일본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까지 제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 역시 같은 흐름 속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가 단순히 일부 기술 기업만의 테마가 아니라 글로벌 제조업과 인프라 산업 전체의 수익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 국면, 3대 은행 사상 최대 순이익

AI와 반도체만 호조인 것은 아니다. 철강·화학·전기기기 업종에서도 20% 수준의 순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일본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을 점차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상승도 일본 기업 일부에는 새로운 호재가 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관측 속에 장기금리가 2.7%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금융권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을 비롯한 일본 3대 메가뱅크는 모두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예대마진 확대에 더해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 흐름 속에서 인수합병(M&A) 자문 수수료 수익도 증가하고 있다.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과 요코하마파이낸셜그룹 등 지방은행들도 증익이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 역시 예상보다 견조하다. 도심 오피스 수요와 자산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미쓰비시지쇼 등 대형 부동산 5개사는 모두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스미토모부동산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도 임대료 인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중동 리스크에도 일정 수준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유·나프타 등 자원을 중동 이외 지역에서 대체 조달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 상승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화학업종은 울상

하지만 모든 업종이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원유 가격 상승과 중동 정세 불안은 자동차·항공·화학업계에는 여전히 부담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약 4000억엔 규모의 영업이익 감소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순이익도 20% 감소를 예상했다. ANA홀딩스와 일본항공(JAL) 역시 항공유 가격 상승 영향으로 감익 전망을 내놓았다.

화학업계도 나프타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미쓰이화학은 에틸렌 설비 가동률이 70%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고부가가치 소재 판매 확대를 통해 전체 수익성은 방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닛케이평균 급등 역시 이러한 기업 실적 개선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평균은 최근 6만50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JP모간증권은 닛케이 평균 목표치를 7만으로 상향 조정했고 다이와증권도 기존 6만3000에서 6만7000으로 전망치를 높였다. 노무라증권은 상방 시나리오로 7만500을 제시했다.

국채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압력은 우려 요인

기업 실적 호조에도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 모두에서 국채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장면도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기업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원가 상승 국면에서도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기업만이 현재의 고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며 “향후 일본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가격 지배력 유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투자 붐과 금리 정상화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일본 기업들은 새로운 황금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원자재·에너지 리스크와 가격 전가 능력 격차라는 또 다른 구조 변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증시의 사상 최고치 행진은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재편과 기업 체질 변화 위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최만수 한국경제 특파원 bebop@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