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공장·전장·도시를 움직인다…산업 대전환 시작됐다 [GCC 2026]

조유빈 기자 2026. 5. 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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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융합 시대’ 제14회 굿컴퍼니컨퍼런스…산학연 리더 총집결  
반도체·국방·전력망·데이터 주권까지…대한민국 AI 청사진 제시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미래 주도권은 누가 더 뛰어난 기술을 보유했느냐를 넘어, 누가 새로운 산업의 문법과 운영 체계를 먼저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AI가 단순히 정보를 생성하는 기술을 넘어 스스로 움직이며 산업 현장을 작동시키는 운영 주체로 진화했다. 경쟁의 무대 역시 개별 기술을 벗어나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망·네트워크·로보틱스를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5월26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개최된 제14회 시사저널 굿컴퍼니컨퍼런스(GCC) 현장은 이 거대한 산업 전환의 흐름을 읽으려는 산학연 리더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강연장을 가득 채운 기업인들과 참석자들의 모습은 전례 없는 AI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 산업계의 기대감과 위기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민병관 시사저널 대표이사 부회장의 개회사로 막을 올린 올해 컨퍼런스는 'AI 대융합의 시대-피지컬 AI와 에이전틱 혁명이 재편하는 산업 질서'를 화두로 삼았다. 챗GPT로 대변되던 '화면 속 혁신'을 넘어 피지컬 AI와 에이전트 AI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GCC는 그 역동적인 현장을 조명했다.

1970년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는 물류의 흐름을 바꾸며 한국 경제의 대동맥이 됐고, 초고속 인터넷망은 2000년대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이끌었다. 이제 AI는 새로운 국가 경쟁력을 만들어낼 제3의 고속도로가 될 전망이다. 행사의 축사를 맡은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업의 투자와 선도적인 노력에 정부도 함께할 수 있도록, 기술에 뒤처지지 않은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월26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4회 굿컴퍼니컨퍼런스 2026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전자 및 전기공학과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5월26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4회 굿컴퍼니컨퍼런스 2026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전자 및 전기공학과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5월26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4회 굿컴퍼니컨퍼런스 2026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AI로 산업·경제 작동 방식도 바뀐다

AI는 산업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기조세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바이후이톈 텐센트 AI연구소장은 AI가 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으며, AI 시대의 기본 단위인 '토큰'(데이터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연산 단위)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은 인지 능력에 한계가 있지만, 생물학적 한계가 없는 AI 에이전트는 24시간 연속 토큰을 소비하며 새로운 '실행 경제'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결국 통계, 과세, 무역 등에 이르는 전통 경제의 모든 범주가 토큰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영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는 "이미 에이전틱 AI가 현실화돼 있는 시대를 넘어, 곧 다양한 업무에 특화된 멀티 에이전트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짚었다. 업무에서 팀 내 구성원들과 협업하듯, 멀티 에이전트들이 각각의 태스크에 특화된 기능을 수행하며 궁극적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산업의 작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에이전트 분야에서 다양한 오픈 소스 모델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변화들은 더욱 급격하게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기업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 안에 'AI 열차'에 올라타야 하는 이유다. 첫 번째 세션 강연자인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경쟁사가 AI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순간, 회사는 어려워질 수 있다"며 "AI 도입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현재 6시간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20~30년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경쟁사와의 격차가 2~3년 이상 벌어지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 앞으로의 2년이 'AI 생존 열차'에 올라탈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AI의 발전은 이미 산업의 생산 체제도 흔들고 있다. 텍스트만으로 10분 만에 앱을 출시하는 '바이브 코딩'이 대중화됐고, 중국 AI 모델 '시댄스 2.0'을 통해 K팝 걸그룹이 탄생하기도 했다. AI가 스스로 상거래를 주도하는 '에이전트 시대', 일명 'B2A(Business to Agent)' 시대도 곧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5월26일 제14회 굿컴퍼니컨퍼런스에서 바이후이톈 텐센트 AI연구소 소장, 정소영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왼쪽부터)가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제조 현장의 미래, 피지컬 AI와 자율 운영

지능이 몸을 얻는 순간, AI는 현실세계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된다. 전 세계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피지컬 AI에 몰두하는 이유다. 강연자들은 한국의 단단한 제조업 기반을 경쟁력으로 진단했다. 제조업 베테랑들이 확보한 '암묵지'(노하우)야말로 AI의 공정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제조 혁신 전략'을 주제로 한 논의가 이어졌다.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생산 흐름 전체를 스스로 운영하는 '자율 운영'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두뇌와 신경망, 근육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하나의 거대한 로봇이자 AI 체계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통합 체계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공정이 분리돼 생산성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별로 분절된 지원 정책이 아닌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AI 사례도 소개됐다. 김승환 LG AI연구원 피지컬 인텔리전스랩장은 품질 검사와 수요 예측 등에 활용하는 자체 개발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언급하며, 결국 자율 제조의 핵심은 '생각하는 공장'과 '행동하는 로봇'의 결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피지컬 AI의 역할이 위험도가 높은 영역에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복 작업이지만 변수가 많은 어려운 공정을 비롯해 유해물질·고위험 작업 영역 등에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5월26일 제14회 굿컴퍼니컨퍼런스에서 장영재 카이스트 교수, 김승환 LG AI연구원 피지컬 인텔리전스랩장,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 서영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 김명국 SK텔레콤 부사장, 고평석 엑셈 대표(왼쪽부터)가 대담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피지컬 AI 무인 체계는 이미 군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병사의 전투력을 향상시키고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인 시스템 도입도 확대되는 추세다. 서영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육해공 어느 영역에서든 적을 탐지하면 가장 가까운 전력이 즉각 대응하는 JADC2(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인간과 무인 체계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MUM-T(Manned-Unmanned Teaming)를 미래 전장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했다. 특히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 무인 체계와 AI 기술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피지컬 AI의 핵심이 결국 '몸'인 만큼, 하드웨어 경쟁력도 부각된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는 휴머노이드의 핵심 요소로 배터리와 AI칩, 액추에이터를 꼽으며 "한국은 이 세 가지를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특히 "휴머노이드 확산 조건인 노동가능인구 감소, 높은 인건비,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 등을 충족하는 만큼 한국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핵심 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로봇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5월26일 제14회 굿컴퍼니컨퍼런스에서 유회준 카이스트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장, 최재식 카이스트 지정석좌 교수, 오윤제 정보통신기획평가원 PM,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왼쪽부터)가 대담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인프라가 곧 국력…'주권적 토대' 구축 시급

현실세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와 에이전트 AI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전력, 네트워크, 데이터, 정책도 필수적이다. 'AI 고속도로'를 깔기 위한 토대다. 세 번째 세션 강연자들은 물리적·정책적 인프라를 강조했다. 유회준 카이스트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장은 피지컬 AI 시대의 진정한 신체 지능 구현을 위해서는 하드웨어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고 봤다. 서버에 의존하는 기존 트레이닝 방식이 아니라 로봇이 스스로 미세 조정을 거쳐 대처할 수 있는 '엣지 AI'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구현할 핵심 기술로 필요한 부분만 동작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저전력 '뉴로모픽 반도체'를 꼽았다. 특히 피지컬 AI의 진보를 위한 대규모 테스트베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며 "로봇 학생 1000명을 선발해 카이스트 캠퍼스에서 함께 생활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융합 기술을 연구하는 5개년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최재식 카이스트 지정석좌교수는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거의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생산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적응하는 '자율형 팩토리'로의 진화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뮬레이션 기반의 디지털 트윈 역량과 소프트웨어 중심 제어 기술을 확보하고, 나아가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해 분야별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산업 AI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5% 미만에 머무르는 현실을 지적하며 '현장 실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숙련공의 암묵지를 AI로 학습시키고, AI 판단의 근거를 밝히는 '설명 가능 인공지능(XAI)'을 적용해 현장에서 직접 검증하는 과정이야말로 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와 지능형 반도체(PIM) 중심의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막대한 전력 소모와 메모리 병목 현상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윤제 정보통신기획평가원 PM은 "2020년 1조원 규모의 NPU 연구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 PIM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 데이터센터 서버에 국산 AI 반도체를 적용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 등 정부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고성능·초저전력 연산이 가능한 차세대 AI 반도체와 개발 환경, 나아가 월드 모델까지 가속할 수 있는 대규모 인프라 지원 사업을 차질 없이 기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5월26일 제14회 굿컴퍼니컨퍼런스에서 유회준 카이스트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장, 이경전 경희대 교수(왼쪽부터)가 강연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마지막 세션에서는 AI 중심으로 재편될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에이전트 AI가 기존의 플랫폼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다고 짚었다. 일상적 경제활동을 AI 에이전트가 전담하게 되면서 소비자와 사업자를 연결하던 플랫폼 역할이 줄어들고, '중개 앱'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야놀자와 배달의민족 등 앱을 실행하는 대신 AI 에이전트에게 지시를 내리고, 판매자들도 AI 에이전트에 줄을 서게 된다. 이러한 '에이전트 AI 이코노미'는 미국의 1인 창업 기업 '매드비'처럼 소수 인력으로 대규모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금융 자본보다 인간의 지적 자본과 AI 활용 능력이 훨씬 중요한 시대다.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며 "AI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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