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구관이 명관”, “배신자 안돼”…친청·반청 대립구도 속 심상찮은 전북 민심

김도윤 2026. 5. 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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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이원택 vs 무소속 김관영 ‘맞불’
현직 김 후보 인지도에선 우위 분석
민주당 강세 여론 속 “공천 불만 상당”
“친청 vs 반청” 대리전 분석 나와
“정치 싸움보다 민생 챙겨야” 목소리도
지난 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인근 교차로에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관영 무소속 후보의 전북지사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도윤 기자

[헤럴드경제(전주)=김도윤 기자] “전북을 우습게 보는 거 아녀. 도지사는 김관영 찍고 나머지 시의원은 조국혁신당으로 밀어버릴 거여” “공천 못 받았다고 나가서 민주당 욕 보이는 배신자는 안 된단 말이여”, “어떤 놈을 찍어도 마찬가지여.”

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체련공원 노천카페에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두고 팽팽한 설전을 벌이던 50~60대 도민 7명이 주고받은 말이다.

1995년 민선 지자체 출범 이후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판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줄곧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도정을 맡아온 전북 지역에서 무소속이자 현 지사인 김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선거는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갯속 승부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이날 기자가 덕진체련공원에서 직접 만난 시민 7명 가운데 4명은 김 후보를, 2명은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1명은 아직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원기(59) 씨는 “당을 보고 이 후보를 찍겠다”며 “김 후보는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갔다가 다시 민주당으로 왔는데 공천을 못 받았다고 탈당했다. 민주당을 욕하고 당을 분열시키는 그런 사람은 찍고 싶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대종(58) 씨는 김 후보의 추진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관록 있는 국회의원 출신 지사 아니냐”며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도 그렇고 현대자동차 투자협약 같은 굵직한 사업을 밀어붙이는 거 보면 힘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성토도 이어졌다. 양용희(60) 씨는 현 지도부를 향해 “사적 공천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직접 줬나 대납했나 차이지 둘 다 (이번에) 문제가 있었는데 김관영 (후보는) 조사 한번 없이 제명됐다”며 “공천을 이런 식으로 하면 전북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모래내시장 모습. 사진=김도윤 기자

앞서 김 후보는 지난해 말 지역 청년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대리기사비 명목으로 약 91만원을 지급한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의혹이 제기된 지 반나절 만에 김 후보를 전격 제명했다.

이 후보의 경우 약 70만원 상당의 식사비 대납 의혹이 불거졌지만 당 윤리감찰단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리면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현장에서는 후보 개인의 의혹보다 민주당의 공천 기준이 공정했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전주 완산구에 거주하는 김정남(49) 씨는 “집 앞에 걸린 민주당 현수막에 ‘현금 살포 거짓말 정치, 투표로 심판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더라”면서 “원래 같은 당이었던 사람을 상대로 그런 현수막까지 거는 걸 보면서 (김 후보가) 억울해서 무소속 나올만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래내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는 장모(70) 씨는 “이번 선거가 (예측이) 어렵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며 “20대 총선 당시 정운천이 새누리당 출신인데도 무소속으로 나와 전주에서 이긴 적이 있다. 그때도 사람들이 어려워했다”고 회상했다.

지난 2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신중앙시장 모습. 사진=김도윤 기자.

김 후보에 대한 일부 동정론도 감지됐다. 전주 신중앙시장에서 장을 보던 이광자(78) 씨는 “(김 후보가) 안 됐다. 참 잘했는데 (청년들) 용돈 좀 챙겨준 게 뭐가 그리 큰 문제냐”며 “술 먹고 사람을 다치게 했냐, 갑질을 했냐. 동상들 놀러 와서 술 한잔하면 그냥 보내겠느냐”고 김 후보를 옹호했다.

모래내시장에서 배추 장사를 하는 박우억(76) 씨는 “나는 평생 민주당 말고 딴 데를 찍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그 양반(김관영)이 공천이 떨어지고 을마나 속이 상했겠는가. 새만금도 그라고 하던 사람이 끝까지 책임지고 해야 전북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강세 지역답게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모래내시장에서 30년째 생활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유모(69) 씨는 “민주당이니까 1번 찍어야제”라며 “이 대통령이 잘하고 있고 집권당이 힘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진구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정성민(50) 씨 역시 “김 후보를 지지했지만 민주당이 공천을 안 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의 판단을 믿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체련공원 전경. 사진=김도윤 기자.

현직 지사인 김 후보는 인지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놓고 당 지도부와 정청래 대표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선 이번 선거를 사실상 ‘친정청래 대 반정청래’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나왔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김모(67) 씨는 “정 대표는 ‘한풀이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지도부가) 너무 강성으로 밀어붙이니 피로감이 쌓인다”고 말했다. 덕진구에 사는 정모(45) 씨는 “잼버리 논란이 있었어도 (김 후보가) 4년 동안 자기 할 일을 했다”며 “이 후보는 정 대표의 대리전을 치르러 온 사람 같다”고 밝혔다.

시장 인근 식당에서 냉면을 먹고 나오던 조모(60) 씨는 “정 대표가 하는 정치는 전북을 위한 공천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북대 학생인 김모(24) 씨는 “프로필만 보면 김관영”이라며 “고시 3관왕에 현 지사인데 솔직히 이 후보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천동에 사는 최모(60) 씨는 “전북에서 힘있는 인물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늘 하는데 가만보면 줄세워서 마음에 드는 사람 상주는 자리로 (전북지사를) 여기는 것 같아서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완산구에 사는 노봉래(65) 씨는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시대는 끝났다”며 “민주당이 전북을 잡은 물고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오후 전주 덕진구 전북대학교 캠퍼스에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도윤 기자.

반면 지도부와 정 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북대 학생인 조모(23) 씨는 “정 대표가 1인 1표제 추진하고 정당 민주주의를 살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지해 왔다”며 “‘뉴이재명’ 현상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민주당의 정통성은 정 대표가 더 가지고 있고 이번 공천에 관한 결정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도민들도 많았다. 신중앙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는 김정출(64) 씨는 “예전 같으면 고민할 것 없이 사전 투표하러 가겠는데 이번엔 정 대표도 한병도 원내대표도 자주 내려오고 있어,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병남(60) 씨는 “정치 싸움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이라며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을 받으려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신청과정이 복잡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면서 “제대로 된 금융정책으로 생활을 뒷받침해 줄 후보가 누구인지 살펴보려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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