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덮친 화물차… 임신부·태아 숨졌는데 운전자 금고형 집유
임신 17주 20대 사망·태아도 사산
法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등 고려"

횡단보도를 건너던 신혼부부를 화물차로 들이받아 임신부와 태아를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6단독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0일 오후 10시쯤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한 교차로에서 7.5톤(t) 화물차를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남성 B씨와 임신 17주였던 20대 여성 C씨를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당시 차량 신호는 이미 적색으로 바뀐 상태였고, 피해자들은 보행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차량을 멈추지 않고 주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C씨는 외상성 지주막하출혈을 입고 치료를 받다가 사고 발생 17일 만에 숨졌다. 뱃속 태아도 끝내 사산됐다. 함께 있던 남편 B씨는 늑골 골절과 폐 타박상, 외상성 혈기흉 등 약 8주간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옆 차로에 다른 차량이 있어 백미러 쪽을 보다가 신호를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후 A씨 신병을 확보한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횡단보도에 이르기 훨씬 전부터 차량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어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들은 녹색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약 3분의 2가량 건너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주의 의무 위반 정도가 무겁고, 임신부가 사망하고 태아가 사산됐으며 남편도 크게 다쳐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는 등 결과 역시 중대하다"면서도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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