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갈등의 진짜 해법, ‘분배’ 아닌 ‘통합’에 있다 [권상집의 논전(論戰)]
절차적 정당성 확보하고 보상 포트폴리오 다층화해야 ‘윈윈’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국내 모든 기업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 직간접적으로 휘말려 있다. 어떤 기업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어떤 기업은 한국 고유의 인공지능(소버린 AI)을 개발하기 위해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기에 경영진은 최근 심화하는 노조 중심의 성과급 요구 현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성과급과 조직 관리를 바라보는 기업과 노조의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기업은 성과급을 설계할 때 '불확실성'에 중점을 두는 반면, 노조는 '안정성'에 중점을 두라고 항변한다. 예를 들어, 최근 기업은 고정급보다 변동급을 늘려 실적이 부진할 때 임직원의 급여 부담 같은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영 환경의 변동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에, 미래 투자나 비상 경영 등 전략적 판단을 위해서라도 경영진은 비용 탄력성을 기반으로 성과급을 유연하게 설계해 지급하려 한다.
그렇다고 안정성에 기반을 두고 성과급을 설계하라는 노조의 요구를 비난할 수만도 없다. 성과급이 지나치게 변동급으로 운영되면 임직원들은 실적에 대한 리스크를 회사가 자신들에게 떠넘긴다고 판단할 수 있어서다. 특히 생산과 품질, 안전은 팀·라인·공정 단위의 성과이므로 개인 평가는 협력이 아닌 경쟁만을 부추길 수 있다. 따라서 노조는 이를 노사 공동의 노력으로 간주하고 이익을 공유하자고 주장한다. 생산 공정 개선 등은 개인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용 탄력성 vs 성과 공유제
여기에서 조직 관리에 대한 경영진과 임직원의 시각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경영진은 '목표 설정 → 성과 창출 → 차별적 성과급'을 통해 개인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혁신을 통한 생산성 창출이 조직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임직원은 서열화를 조장하는 인사 평가와 성과급이 오히려 조직 내 분열과 갈등, 심리적 불안정,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해 성과를 해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업(경영진)과 노조(임직원)의 견해에서 갈등의 지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은 "개인, 조직별로 성과가 다른데 모두 똑같이 주면 우수 인재가 유출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노조는 "지나친 성과급 차이는 조직 내부 반목과 분열을 키운다"고 반박한다. 견해 차이가 극심해지면 "이익이 나는 사업부만 많이 챙겨주고 적자인 사업부는 사실상 못 받는 게 아니냐"는 식의 임직원 간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4년 애디슨(Addison)과 벨필드(Belfield) 연구진이 영국 산업 관계 학술지에 게재한 '노조와 성과급 연구' 논문을 살펴보면,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성과급을 도입해도 집단적 요소, 공식적 규칙, 투명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2010년 브라이슨(Bryson)과 프리먼(Freeman) 연구진이 집필한 《공유 자본주의》에서는 경영진과 노조 간에 신뢰가 형성되면 노조와 이익 공유제가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로섬 게임 멈추고 통합적 협상 나서야
협상의 방식은 크게 '분배적 협상'과 '통합적 협상'으로 구분된다. 분배적 협상은 성과급 총액이 정해져 있고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만 다투는 제로섬 경쟁인 반면, 통합적 협상은 이해관계를 최대한 드러내고 서로에게 조금 더 가치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안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분배적 협상이 상대의 기세를 꺾는 데 몰두한다면, 통합적 협상가들은 공동의 문제 해결과 관계 개선에 몰입한다.
삼성전자 사례에 이를 적용해 보자. 초기 쟁점은 복잡한 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노조의 불만이었다. 노조가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성'에 대해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면 여론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며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란 요구는 결국 "경쟁사(SK하이닉스)만큼 우리도 받고 싶다"는 주장으로만 비쳤다. 분배적 정당성을 절차적 정당성보다 우선에 둔 패착이었다.
결국 총파업 예고, 셧다운 위기 등 벼랑 끝 전술이 전개됐고 정부의 중재가 이어지는 분배적 협상이 진행되며 여론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했다. 그사이 국내 기업 곳곳에서 "우리도 성과급을 더 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전방위로 확산했다. 회계 및 재무 지식이 부족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가가치(EVA), 투하자본 이익률(ROIC) 등 성과급 산정 방식의 개선 이슈를 노조가 먼저 제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행인 점은 경영진과 노조가 한발씩 양보하며 '통합적 협상'의 자세로 상호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는 것이다. 특별경영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되 매각 시점을 달리한 점은 기업과 임직원이 공동으로 미래를 대비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이는 노조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내용이다. 특별경영성과급의 지급률 상한을 따로 두지 않은 점 역시 경영진의 양보가 있었기에 타결될 수 있었다.
이번 합의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보상 구조를 다변화했다는 점이다. '기본임금 인상(성과 인상률 포함 6.2%) + 초과이익성과급(OPI) 유지 + 특별경영성과급(자사주 지급)' 등 미래 보상의 포트폴리오가 일회성 현금 지급을 넘어 고정급, 변동 현금, 변동 주식 등 다층적인 구조를 형성했다. 임직원이 단순한 노무 제공자에서 중장기 미래 성장의 파트너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갈등 관리와 협상에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조직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제이슨 A 콜킷(Jason A Colquitt)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는 "얼마를 받아야 하는가(분배)에 치우치기보다, 어떻게 결정되었는가(절차)에 집중하고 노력해야 상호 신뢰와 만족, 건설적인 조직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과 노조가 서로를 적대시하기보다 거리를 좁히고 양보한다면, 통합적 협상을 통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조직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향후 더 많은 기업에서 노사 간 갈등과 협상이 벌어질 것이다. 무리한 요구보다 합리적 양보를 하는 자가 우위에 선다는 협상의 진리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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