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N] 2026 선거범죄 리포트: 허위사실공표 ‘재산’과 ‘학력’
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연대 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회원사인 ‘코트워치’(https://c-watch.org/)가 취재했습니다.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립니다. 코트워치는 선거에 앞서 2020년부터 2026년 사이 선거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당선자 268명의 판결을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유·무죄 판단과 양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현행 공직선거법과 법원 판결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①편에선 ‘허위사실 공표: 발언’을 다뤘습니다. <편집자 주>
②허위사실 공표: ‘억’ 소리 나는 재산 누락
공직선거법은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한다.
(이는 당선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 그렇다. 낙선 목적은 허위사실 대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지난 기사에서 ‘행위’에 관한 발언을 살펴봤다면, 이번 기사에서는 ‘재산신고’를 살펴본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을 신고한다.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부동산(토지·건물), 금융자산(예금·보험·주식)은 규정에 맞는 가액으로 신고해야 하고, 돌려줘야 하는 보증금을 포함해 일정 금액 이상의 채무1도 신고해야 한다.
법원은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라고 짚었다. 총재산이 얼마인지, 어떤 세부 항목이 있는지 등이 후보자에 대한 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대전 중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세종시’ 토지 거래 관련 내역을 누락한 것, ‘어려운 성장기를 거쳐 자수성가해 사회에 부를 환원해 온’ 후보자가 재산 100억 원 이상을 적게 신고한 것, ‘금융·경제 전문가’ 후보자가 재산 16억 원가량을 많이 신고한 것…
법원은 이렇게 재산을 잘못 신고한 후보자에게 당선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틀린 재산신고의 ‘고의’
코트워치 조사 결과, 재산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당선자 26명이 재판을 받았다. 이들이 신고한 재산은 적게는 약 3000만 원부터 많게는 120억 원까지 실제 재산과 차이가 났다.
재판에 넘겨진 당선자 대부분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고의 없음’을 인정한 경우는 적었다. 26명 중 3명만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최지원 충북 충주시의원 등이다.
양문석 전 의원은 2024년 선거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재산신고를 맡기고 내용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 판단이 갈렸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유죄.
후보자가 재산신고 업무를 실무자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재산신고에 대한 후보자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후보자는 실무자가 재산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설명과 자료를 성실하게 제공하고, 최종적으로는 신고서의 내용 전반에 대하여 최소한의 점검이나 확인을 거쳐야 할 책임이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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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법원은 재산신고 관련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산신고서를 확인하지 않고 직원에게 일임하더라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였거나 정상적으로 업무가 처리될 것으로 신뢰하였다고 볼 수 있다. (…) 그 내용을 확인·검토하지 않은 것은 공직 후보자로서 적절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지만 (…) 허위사실 공표라는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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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의원도 재산신고를 맡겼다. 1심 재판부는 “내용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선관위에 그대로 제출한 것이 공직선거 후보자로서 적절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은 분명하다”면서도 “(허위사실 공표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4
최지원 시의원도 재산신고를 맡겼고, 같은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5
다른 당선자들은 유죄였다.
‘유죄’ 당선자 10명의 법원 판결문을 보면 ‘재산신고를 맡긴 것’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법원은 재산신고를 맡긴 후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자료 제공이나 관련 교육을 소홀히 하고, 재산신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제대로 확인·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선될 목적
재판에 넘겨진 26명 중 22명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산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모두 인정됐다. 법원은 이들이 재산신고서 등 내용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용인했다고 판단했다.
‘당선될 목적’도 인정했다.
먼저, 채무 누락에 대해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①오희령 전 경기 광명시의원은 채무 5억 9098만 6000원을 누락했다(벌금 150만 원, 당선무효).
공직자 후보에게 기대되는 이미지는 청렴, 유능함이라고 할 것인데, 사회생활을 해왔던 장년의 피고인에게 거액의 채무가 있다는 것은 유권자에게 있어서 긍정적일 이미지는 아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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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정미옥 전 서울 강동구의원은 채무 14억 352만 4000원을 누락했다. 정미옥 전 구의원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그대로 유죄가 확정됐다. “당선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재판부의 구체적 판단은 판결문에 나오지 않는다.
(정미옥 전 구의원은 ‘당선유효형’(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2025년 3월 대학 전임교수로 임용되면서 사퇴했다.)
③이제영 경기도의원은 보증금 채무 6억 4000만 원을 누락했다.7
선거 출마자는 당선되기 위하여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게끔 할 유인이 충분히 존재한다. 그런데 채무가 많은 사람보다는 재산을 어느 정도 소유한 사람이 무난한 인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 후보자의 나이와 지위에 비하여 보유 재산이 과소한 선거 출마자는 채무 등 소극재산을 적게 신고하고, 적정한 재산을 보유한 것처럼 보이고자 할 수도 있는 바, 피고인에게 허위로 신고할 만한 동기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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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음경택 경기 안양시의원은 보증금 채무 4억 6500만 원을 누락했다.
선거인에 따라서는 공직후보자가 보유한 재산의 내역과 규모, 채무의 유무와 액수 등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무가 많은 경우 선거인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이 사건 오피스텔에 관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채무를 기재하는 경우 피고인이 투자 목적으로 위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처럼 비춰질 가능성이 존재하여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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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오시백 충북 단양군의원은 채무 3억 1698만 3000원을 누락했다.
피고인 및 가족들의 근저당권부 채무를 비롯한 전체 채무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는 바,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처럼 비춰질 경우에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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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김행금 충남 아산시의원은 채무 2억 7477만 5000원을 누락했다.
피고인의 재정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한 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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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조용훈 충남 논산시의원은 채무 2억 3313만 2000원을 누락했다.
피고인의 재정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고, 이는 유권자들의 지지 여부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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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백수명 경남도의원은 채무 1억 원을 누락했다.
사인 간의 차용금 채무는 사회통념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 부득이하게 사인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한 것이라고 비춰질 여지가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채무를 제외하고도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로 총 18건 2,164,175천 원에 이르는 채무를 재산신고하였다. (…) 이 사건 채무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함으로써 유권자들이 가질 수 있는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이나 경제관념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최소화하여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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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축소에 대해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후략)
③허위사실 공표: 학력·경력·업적 ‘부풀리기’
공직선거법은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한다.
(이는 당선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 그렇다. 낙선 목적은 허위사실의 대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자신의 경력, 학력 등을 유권자에게 알린다. 지역 곳곳에 게시하는 선거 벽보와 현수막, 우편으로 발송하는 공보물, 직접 나눠주는 명함 등을 통해서다.
법원은 공직선거법의 ‘경력 등’ 문구를 이렇게 해석한다. “후보자 등의 행동이나 사적(事跡) 등과 같이 후보자 등의 실적과 능력으로 인식되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코트워치 조사 결과, 경력 등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당선자 16명이 재판을 받았다.
무죄는 ‘고의 없음’이 인정된 1명뿐이었다.1
나머지 15명은 선거를 앞두고 기재한 경력이 실제와 달라서 유권자에게 오해와 오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허위사실공표죄가 인정됐다.
여전히 중요한 판단자료 ‘학력’
‘경력 등’ 허위사실 공표 중 가장 많은 유형은 학력 기재다. 재판에 넘겨진 당선자 16명 중 9명이 정규학력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기찬 전 강원도의원과 정미섭 전 경기 오산시의원은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이들은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학점인정법)에 따라 취득한 학사 학위를 ‘학과 졸업’으로 기재했다. 그리고 해당 전공의 학사 학위를 취득했기 때문에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과 졸업’ 표현은 이들이 대학교 부설 교육원에서 학점인정법에 따라 학위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 학과에 입학해 4년을 거쳐 졸업했다고 오인하게 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그런 ‘오인’이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다고 봤다.
이기찬 전 강원도의원 사례를 살펴보자.
1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와 ‘당선 목적’을 모두 인정했다.
OO대학교는 4년제 사립종합대학교로 설립된 지 상당히 오래된 대학교이며, 국내 유수의 대학교 중 하나로서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과정의 성적 우수 학생들이 상당수 입학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성인은 대부분 OO대학교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다.
피고인은 수차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강원도의원 후보자로 출마한 경험이 있으며, 경찰 피의자신문에서 좋은 학벌, 학력을 가지고 있으면, 선거에 유리한 측면, 당선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 바, 피고인은 후보자의 학력이 선거인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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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한 이후, 이기찬 전 도의원은 반발했다.
(‘행정학 학사’와 ‘행정학과 졸업’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판결 내용은 학점은행제도를 통한 학사 학위 취득에 대한 편협하고 저열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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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섭 전 오산시의원은 ‘학점인정법에 따라 취득한 학위’임을 명시하도록 하는 것이 차별이며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학점인정법에 따라 취득한 학위’는 후보자가 기재할 수 있는 정규학력에 해당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의 비정규학력은 아예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데, 이런 금지 조항이 선거운동의 자유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비정규학력은 초중고교, 대학교, 대학원 등 각종 학교 이력이 아닌, 연구 과정이나 공개강좌 수료 등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3
다만, 2009년 결정문은 학력주의 병폐를 지적하며 ‘입법자에 대한 권고’를 남겼다.
어떤 교육과정을 마쳤는지에 따라 그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금의 세태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다. 더구나 학력이 개인의 능력이나 성취에 온전히 의존하지 않고, 오히려 개인이 가지는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 가정적 배경에 상당 부분 좌우되는 것이 현실임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입법자로서는 개인의 능력이 단지 학력의 잣대로 잘못 평가되고 그로 인하여 선거의 공정이 위협받을 수 있는 현실적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유권자들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함에 있어 필요로 하는 ‘후보자가 받은 교육’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기회를 제한하기에 앞서, 학력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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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부풀리기’도 허위사실 공표
학력 이외의 경력을 정확하게 기재(또는 발언)하지 않은 당선자 6명도 모두 ‘유죄’였다.
공진혁 울산시의원은 국회의원 ‘비서’ 경력을 ‘보좌관’으로 기재했다. 공진혁 시의원은 ‘보좌관’이라는 표현이 국회의원을 보조하는 모든 직원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를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4급 상당 보좌관과 6급 상당 비서의 ‘차이’는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만한 중요하고 구체적인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경남도청에서 맡았던 직책이 ‘지방별정직 5급 상당’임에도 ‘1급 상당’, ‘2급 상당’ 등으로 기재한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도 유죄 선고를 받았다.
형량은 관대했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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