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약물 의심 성폭력 피해자 김지현씨, 경찰에 추가 고소한다…재판소원은 각하

약물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성폭력 사건 가해자를 형사 재판 절차에 넘기지 않은 사건에 대해, 피해자인 김지현씨(가명) 측이 반발하며 가해자를 추가 고소하기로 했다. 김씨 사건 대리인단은 앞서 가해자를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법원 재판에 대해 재판소원도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다.
2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 측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고소장을 내기로 했다. 가해자가 경찰에 임의로 제출한 영상 중에 재생되지 않는 파일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추가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거쳐 재수사를 하고 새로운 증거로 확인해달라는 취지다. 초기 수사 당시 가해자의 약물 구매 이력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2020년 7월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 A씨로부터 불상의 약물에 의한 성폭력을 당했다며 신고했다. 서초경찰서는 2021년 6월 사건을 불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도 2024년 3월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씨 측이 반발하며 항고했으나 서울고검은 2024년 11월 항고를 기각했다. 검찰의 불기소가 정당한지를 따져보겠다며 낸 재정신청도 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까지 모두 기각했다. 김씨 측은 지난 8일 헌법소원에 재판을 취소해달라는 재판소원을 냈다.
김씨는 사건 당시 기억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A씨가 촬영한 성관계 영상과 사진 400여개에 김씨가 항거불능 상태에서 겨우 대답만 하는 모습이 찍혀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복수의 전문의들은 사진과 영상을 감정한 결과 김씨가 약물에 취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이를 근거로 김씨 대리인단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유 없이 피해자 얘기를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그러나 이날 재판소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각하했다. 각하는 재판이나 심판 청구가 정당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판단까지 나아가기도 전에 기각하는 것이다. 헌재는 김씨 사건이 단순한 재판 불복이며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법원 재판으로 인해 침해되었음이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씨를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의 대리인단은 “이미 약물을 검출할 수 없는 시점에 이뤄진 모발검사임에도 약물을 검출할 수 없는 점 등 사건과 무관한 이유로 검찰이 불기소를 결정하고, 법원이 이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자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의 해당 재판은 ‘피해자가 약물 등으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를 준간강죄의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한 다른 법원 판례에 비춰봐도 자의성이 명백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피해자는 6년 가까이 약물 성폭력의 특수성과 명백한 증거를 외면한 수사기관과 법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헌재의 각하 결정은 이런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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