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교환 "패고 싶다는 반응이요? 배우에게는 최고의 찬사죠"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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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5월의 구교환은 동시에 여러 곳에 있다. 21일 개봉한 영화 <군체>가 극장가를 달리는 가운데, 24일에는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자체 최고 시청률 5.3%로 막을 내렸다. 여기에 <군체>의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까지. 데뷔 18년 만에 처음 밟은 칸 레드카펫이었다.

이쯤 되면 누군가 '구교환의 시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다. 정작 본인은 그 말을 조심스럽게 되돌려 놓는다. "구교환의 시대는 아니고, 관객 분들과 조금 더 친해지고 있는 과정이에요."
5월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 오전부터 이어진 인터뷰 일정을 마친 구교환에게서 피로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예상을 비껴가는 답변들, 스스로의 말이 과잉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태도,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면 분명히 달라지는 눈빛. 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모자무싸>에 이어 <군체> 반응이 좋습니다. 이 순간, 솔직히 어떤 기분인가요?
하루하루 즐기고 있어요. 연상호 감독님과 함께 <군체>를 만든 이유가 결국 하나였거든요. 많은 관객과 이 재미를 공유하자는 것. 새로운 감염자들의 이야기를, 서영철의 이야기를 재미있어 해주시니 기쁘죠. 관객 분들이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는 걸 보면서 '아, 이렇게도 보이는구나' 싶어요. 마치 제가 매번 새로운 버전의 <군체>를 관객과 함께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연상호 감독과는 <반도>, <기생수: 더 그레이>에 이어 <군체>까지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계속 러브콜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조심스럽게 예측하자면, 서로 노력하는데, 부담은 주지 않는 것 같아요. 촬영 당일에 감독님이 준비한 장면을 보면 시간과 역사가 느껴지거든요. 저도 그 장면을 위해 준비해 가는 것들이 있죠. 근데 그걸 서로 과시하지 않아요. 첫 테이크를 조용히 바라봐 주는 거예요. 서로가 조용히 노력하는 모습을요.
<반도>의 서대위와 이번 서영철은 같은 감독의 빌런이지만, 비교해서 보면 꽤 다른 인물입니다.
완전히 달라요. 서대위는 확신이 없는 빌런이에요. 불안하고, 공포가 있고, 나약함으로 인해 미쳐버린 사람이죠. 누군가에게 의지를 해요. 서영철은 반대예요. 자기 확신이 넘쳐서 미쳐버린 인물이에요. 그 내면에서 나오는 행위와 동선 자체가 달라요.

영화가 오프닝부터 서영철을 전면에 내세우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 장면이 재미있었어요. 서영철이 스스로 테러를 예고하는 오프닝이, 마치 이 인물 자신이 만든 티저 영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관객 입장에서 서영철이 어떤 사람인지 짧고 강하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연상호 감독님이 영리하게 설계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목을 꺾거나 안면 근육을 쓰는 방식이 독특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요?
그 부분들은 연상호 감독님의 디렉션이에요. 시나리오 지문에 이미 표현돼 있었고, 감독님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시기도 했어요. 제가 한 건 영화 속 서영철은 감염자들과 일종의 신호로 연결된 인물이잖아요. 저는 그 연결 강도를 와이파이 신호에 비유해서 생각했어요. 신호가 약할 때는 좀 더 발버둥 치고, 더 통신하려 했고 신호가 잘 잡힐 때는 여유롭고 원만하게 움직이는 거예요.
감염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요?
서영철 한 명을 100명이 나눠서 연기하는 개념이 있었어요. 3층에도 서영철이 있고, 7층에도 서영철이 있는 거예요. 홍길동도 이렇게까지는 안 움직이는데(웃음). 현대무용, 팝핀, 브레이킹 댄스 하시는 분들이 함께 계셨어요. 그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제가 영향을 받기도 했고, 제 동선을 말씀드리기도 했고. 서로 연결되어 있었어요. 서영철에 대해 기분 좋은 반응이 있다면, 그건 정말로 함께 만들어낸 거예요. 겸손한 척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서영철이 감염자 무리 사이를 유유히 걸어 지나가는 장면이 특히 화제였는데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그 지문이 눈에 들어왔어요. '서영철이 감염자들 사이로 유유히 지나간다'였는데 이거 굉장히 재미있는 장면이 되겠다 싶었어요. 실제로 그게 반응으로 오는 걸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어요. 내가 먼저 흥미로워해야 관객에게도 닿는구나. 코미디도 내가 웃겨야 관객이 웃잖아요. 그걸 한 번 더 배웠어요.
"내가 먼저 흥미로워야 관객에게도 닿는다. 코미디도 내가 웃겨야 관객이 웃는 것처럼"
빌런을 연기할 때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은 어떤가요?
저는 이해를 안 해요. 악역을 맡은 배우들이 흔히 '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할까'를 파고드는데, 그렇게 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 캐릭터를 감싸게 되거든요. 관객 눈에도 '이해는 되는 악당'으로 보이게 되고요. 저는 그걸 거부해요. 서영철 쪽에서 연기하는 순간 저는 서영철 편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반대 방향에서 출발했어요. 서영철에게 맞서는 권세정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예요. 저 사람이 얼마나 답답하고 위험하게 느껴져야 권세정이 절박해질까. 결국 빌런을 빌런답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빌런 편이 되지 않는 것이더라고요. "서영철 패고 싶다"는 반응이 나온 게 그 결과인 것 같아요.

요즘 '서영철 패고 싶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그게 제게는 최고의 찬사예요(웃음). 서영철을 연기할 때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빌런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것. <부산행>의 김의성 선배와 비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의성 선배의 연기는 볼 때마다 감탄스러워요. 관객의 분노를 끌어내는 건 정말 대단한 경지인데, 과연 제가 그 자리에 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연상호 감독님 현장 디렉션이 어떤 식인지도 궁금합니다.
현장에서 바로 주세요. 무릎 꿇고 우는 장면이 있는데, 첫 테이크는 그냥 울었어요. 두 번째 테이크에서 감독님이 '울음에서 끝나지 말고, 천천히 그라데이션으로 낄낄 미소로 끝내자'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자리에서 '왜 웃어야 하죠?' 같은 질문을 안 해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네, 알겠습니다' 하고 울다가 낄낄 웃으며 끝내요. 서비스 좋은 배우랄까요. 고객 만족(웃음).
디렉션을 잘 받아들이는 이유가 있나요?
일찍부터 알게 된 거예요. 영화는 혼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요. 아무리 제가 날고 기어도, 깔리는 음악, 미술, 상대 배우 등 역할 하나를 구성하는 요소가 너무 많잖아요. 그 상황을 알기 때문에 피드백도 잘 듣는 거고, 디렉션에도 바로 반응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지금의 이 시점을 어떻게 부르고 싶나요? 이 정도면 '구교환의 시대'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요.
구교환의 시대는 아직 아닌 것 같고요(웃음). 그냥 관객분들과 조금 더 친해지고 있는 과정이에요. 앞으로도 더 친해지고 싶습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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