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벌어들인 돈, 어디로 가야 하나… 김영훈 “초과이익 분배” vs. 김정관 ”투자 실기 안 돼”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가 벌어들인 돈이 커질수록 다른 질문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익은 어디로 가야 할까.
최근 정부 안에서 나온 두 개의 메시지는 같은 돈을 두고도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성장의 과실을 더 넓게 나누는 방안을 이야기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미래 경쟁력을 위해 다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에서 시작된 논의가 한국 경제의 성장 모델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 노동부 “성과가 특정 영역에만 머물러선 안 돼”
논란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30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은 사회적 대화”라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낸 성과가 원청 대기업과 일부 구성원에 집중되는 구조를 넘어 협력업체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역시 이런 문제의식과 연결됩니다.
반도체 사업부문이 거둔 성과가 산업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성장의 과실이 어느 범위까지 공유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질문이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김 장관은 이후에도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양극화 완화와 기업 경쟁력 강화는 함께 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부가 기업 이익에 직접 개입할 뜻은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은 거듭 강조했습니다.

■ 산업부 “AI 경쟁은 기다려주지 않아”
산업부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AI 시대의 승부는 압도적인 속도와 규모에서 갈린다”며 “단 한 번의 투자 실기조차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기업들을 회복하기 어려운 위치로 내몰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오늘의 이윤은 내일의 압도적 경쟁력을 위한 재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계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앞세워 반도체 투자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투자 여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AI 반도체와 첨단 공정 경쟁은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투자 규모가 성패를 좌우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 대통령실 “공론화 필요”
대통령실은 두 장관의 입장을 모두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노동장관은 노동의 관점에서 이야기한 것이고 산업부 장관은 산업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향후 토론회를 통한 공론화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실제 정책 충돌이라는 해석과 함께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열어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노동부가 예정했던 사회연대임금 토론회를 연기하면서도 논의 자체를 철회하지 않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쟁점은 돈의 규모가 아니라 방향이었습니다.
반도체가 만들어낸 이익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를 두고 노동과 산업 정책은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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