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훈풍·중동 긴장 완화에 美증시 사상 최고치

AI 투자 기대감과 중동 정세 완화 전망이 맞물리면서 미국 증시가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주요 지수는 일제히 신고가를 기록했고, S&P500지수는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3년 말 이후 가장 긴 랠리를 나타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3.49포인트(0.72%) 오른 5만1032.46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6.43포인트(0.22%) 상승한 7580.06을 기록했으며, 나스닥종합지수도 55.15포인트(0.20%) 오른 2만6972.62로 거래를 마쳤다. 세 지수 모두 장중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시장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 기대였다. 특히 델 테크놀로지스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함께 연간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AI 인프라 수요 확대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됐다.
델은 AI 데이터센터용 서버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 전망을 내놓으며 이날 주가가 32% 넘게 급등했다. 이에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오라클 등 데이터센터 및 서버 관련 종목들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AI 투자 수혜가 반도체 기업을 넘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소프트웨어 업체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도 증시를 뒷받침했다. 세일즈포스와 서비스나우, 어도비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 역시 강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최근 상승장이 단순한 유동성 확대보다 기업 실적 개선 기대에 기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P500지수는 지난 3월 저점 대비 약 20% 상승했으며, 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 리스크 완화 기대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검토 중인 가운데, 시장은 양측이 일정 수준의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백악관 상황실에서 관련 회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회의 종료 이후에도 구체적인 결론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투자자들은 협상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긴장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전망은 국제유가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모두 1% 이상 하락했으며, 최근 수주간 시장을 압박했던 공급 차질 우려도 다소 완화됐다. 유가 안정에 힘입어 미국 국채 금리 역시 소폭 하락하며 채권시장 투자심리도 개선됐다.
한편 최근 미국 물가 지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연방준비제도(Fed) 관계자들도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당장의 물가 부담보다 AI가 가져올 기업 수익 확대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월가에서는 AI 투자 사이클이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최근 증시 강세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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