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커피 절대강자 사라지나…불매운동 카페 소비지형 지각변동 [세상&]

정주원 2026. 5. 3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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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시청·북촌 카페들 돌아보니
‘탱크데이’ 논란 스벅 불매 움직임에
“굳이 안 간다” 대체소비 움직임 확산
시민사회도 ‘전국적’ 불매운동 선언
27일 오전 9시께 스타벅스 안국역점 1층 좌석이 전부 비어있다.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지난 27일 정오를 막 지난 시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인근 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카운터 앞에는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하나둘 몰려들면서 금세 7~8명의 줄이 생겼다. 매장 안 직원 5명은 쉼 없이 주문을 받았고 “키오스크 00번 고객님”이라는 안내 방송이 30초마다 울렸다. 50석 남짓한 매장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다. 빈자리를 못찾고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눈에 띄었다.

146개 단체 가세…스타벅스 향한 불매 압박 커져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이 거세지면서 전국적인 불매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6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상황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를 포함한 전국 146개 시민사회단체는 스타벅스 불매운동 전국화까지 선언했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27~28일 종로 광화문과 시청, 북촌 한옥마을 상점가를 둘러보니 커피 소비자들의 달라진 양상도 목격됐다.

종로구 안국역 인근 스타벅스 매장은 27일 오전 9시께 1층에 손님이 단 한 명 뿐일 정도로 한산했다. 매장 직원은 “연휴 끝나고 시작된 이번주 평일 매장 이용객들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며 “외국인 손님과 점심시간 테이크아웃 이용객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26일 오전 서울 도심 내 한 스타벅스의 모습. [헤럴드경제 DB]

반면 다른 카페들은 북적였다.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의 한 개인 카페 사장 이모(38) 씨는 “지난 열흘간 점심시간 회사원 손님이 10~15%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단기간이지만 실제 영업이익도 늘었다. 이씨는 “점심 피크타임 기준 하루 5만원 정도 매출이 늘었다”며 “에스프레소가 3500원이니 15잔 정도 더 나가는 셈이다. 18일 이후 2~3일 지나면서 조금씩 손님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들에서는 반사이익을 체감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스타벅스 서소문점과 50m 거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신모 씨는 “18일 사건 이후 손님이 급격히 늘었다”며 “체감상 1.5배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손님 중에는 ‘스타벅스 그 일 이후 안 간다’고 직접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시청역 인근 같은 브랜드 카페 직원 역시 “지난주부터 일매출이 1.5배 정도 늘었다”며 “반사이익을 확실히 체감한다”고 했다. 저가커피를 표방하는 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직원도 “스타벅스 사건 이후 최근 일주일 사이 갑자기 바빠졌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카페가 반사이익을 이야기하진 않았다. 일부 매장은 “날이 더워지는 시즌이라 손님이 많은 건지 스타벅스 영향인지 구분이 어렵다”거나 “평소와 비슷하다”고도 했다.

2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의 한 카페 2층에 손님이 꽉 찬 모습. 정주원 기자
“굳이 안 가요”…손님들 발길은 다른 카페로

적극적으로 불매에 동참하지는 않더라도 ‘굳이 스타벅스를 찾진 않겠다’는 인식은 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대체재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은 40대 직장인 정모 씨는 “평소 스벅을 10번 중 8번 이상 갔는데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쾌하다는 얘기가 있고 당분간 가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근처 다른 커피전문점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카페를 찾은 최계원(46) 씨는 “불매 욕구까지 생기는 건 아니지만 기업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건 사실”이라며 “다른 카페가 주변에 있다면 스타벅스를 굳이 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추가 결제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고 요즘은 사람들 시선도 조금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선우(21) 씨는 “집 앞이 스타벅스라 카공은 거의 스벅이었고 기프티콘도 대부분 스타벅스로 받았는데 요즘은 조금 더 걸어서라도 다른 곳에 간다”며 “요즘 ‘극우면 스벅 간다’는 말도 들려 괜히 오해받을까 신경 쓰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골드회원이라는 이지훈(26) 씨도 최근에는 일부러 다른 카페를 찾는다고 했다. 그는 “5·18은 우리 아버지 세대가 직접 겪은 참혹한 일이고 광주 출신인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며 “누군가에겐 아픈 기억일 수 있는 표현을 기업이 농담처럼 광고에 쓴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 광화문의 한 대형 카페 주문하는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 이준영 수습기자

직장인 김모(30) 씨는 “평소 업무 때문에 좌석 많고 멤버십 혜택 있는 스타벅스를 자주 갔지만 요즘은 비슷한 가격대의 개인 카페를 찾는다”며 “스타벅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 자체가 괜히 특정 정치색으로 보이거나 사회 이슈에 무관심한 사람처럼 보일까 의식하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소비 중단’보다 ‘소비 재배분’으로 해석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은 단순히 안 사는 행위가 아니라 소비를 다른 곳으로 재배분하는 행동”이라며 “커피를 끊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다른 브랜드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당분간 스타벅스를 꺼리는 현상은 있겠지만 불매운동은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커피는 기호식품이라 장기화하더라도 3~4개월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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