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최고 기록 썼다…약국 수가 3.7% 확보
29일부터 '끝장협상' 돌입해 30일 아침 6시경 극적 타결
약국 수가 체질개선 공동 연구에도 합의
약국 수가가 마침내 '마의 3.6%' 벽을 넘어섰다.
대한약사회가 2027년도 약국 유형 수가협상에서 3.7% 인상률을 확보하며 의약분업 이후 단체협상과 유형별 수가협상을 모두 통틀어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29일 밤부터 시작된 밤샘 협상 끝에 이뤄낸 결과다.
약사회 수가협상단은 29일 오후 7시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과 본격 협상에 돌입해 30일 새벽 6시경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협상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10시간 넘게 이어진 '끝장협상' 끝에 3.7%라는 결과를 끌어냈다.
협상 초반 분위기는 녹록지 않았다.
협상 시한인 29일 밴드 규모의 윤곽이 드러난 뒤 공단 수가협상단과 처음 마주 앉은 약사회 수가협상단은 2%대 인상률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판단 아래 협상 전략을 재정비했고 이후 추가 협상을 거듭하며 인상률 상향에 총력을 기울였다.
공단과의 치열한 줄다리기와 유형별 수가협상 구조상 불가피한 '제로섬 게임'이 맞물리면서 협상은 장시간 공전을 거듭했다. 자정을 넘기며 가까스로 3%대를 돌파한 뒤에도 협상단은 보험자 설득을 이어갔고 결국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역사적인 3.7%를 이끌어냈다.
이번 3.7%는 단순히 약국 유형 최고 인상률이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의약분업 이후 수가협상 역사에서 가장 높은 인상률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동안 수가협상 역사에서 사실상 넘지 못한 벽으로 여겨졌던 수치는 3.6%였다.
의약분업 이후 공급자단체가 단일 협상단으로 참여했던 단체협상 체계에서는 2006년 3.58%(반올림 3.6%)가 최고 수준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 체계가 도입된 뒤에는 약국이 2022년도와 2023년도 수가계약에서 각각 3.6%를 기록했고 한방 역시 2024년도와 2025년도 수가계약에서 3.6%를 기록하며 최고 수준을 이어왔다.
그러나 20년 가까운 수가협상 역사 속에서 3.6%를 넘어선 사례는 없었다. 이번 3.7%는 단체협상 시절과 유형별 협상 시절을 모두 통틀어 최초로 3.6% 장벽을 돌파한 기록이다. 의약분업 이후 수가협상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올해 협상 환경은 어느 때보다 험난했다.
가입자를 대표하며 수가협상의 핵심 재원인 밴드 규모를 결정하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2027년도 SGR 모형이 -3.45%, GDP 증가율이 전년 대비 -1.2%, MEI 모형도 0.2% 하향 조정된 점 등을 고려해 전년도보다 낮은 수준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실제로 재정소위는 지난해 진행된 2026년도 수가 인상 총액인 1조34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을 전제로 이번 인상률 논의를 진행하며 공급자단체를 강하게 압박했다.
재정운영위원회가 결정한 밴드를 바탕으로 협상에 나선 공단 역시 공급자 측에 강도 높은 협상 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행위량 증가에 따른 보상 구조가 적용되는 의원급, 병원급, 치과, 한방 유형에는 상대가치점수 연계 조건을 강하게 제시하며 협상을 주도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약국 유형은 상대가치점수 연계 없이 순수 환산지수 인상에 집중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약국의 공공적 역할과 행위량 증가가 제한적인 구조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하며 보험자 설득에 나선 결과 결국 최고 수준의 인상률을 확보했다.
협상 타결 직후 오인석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은 "역대급으로 힘든 협상이었다. 밴드가 많이 부족해 운신의 폭이 매우 적었지만 공단 측도 약국 유형의 어려움을 조금 이해해주면서 최선을 다해 약국을 배려해주고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약국 경영 환경 열악에 공감…수가 체질개선 공동연구 합의
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단순한 환산지수 인상 외에도 약국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후속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이 주목된다.
대한약사회와 건보공단은 향후 약국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 근본적인 수가 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약국 수가 체질개선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오인석 단장은 "현재 약국은 행위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고 매우 수동적인 구조"라며 "처방전이 줄고 환자가 줄면 약국은 구조적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는 단순히 환산지수 인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공단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약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수가 체질 개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협상에서는 한방 유형이 새벽 4시30분께 3.0%(상대가치 0.1% 포함) 인상률로 가장 먼저 타결했고, 치과가 2.6%(상대가치 0.2% 포함) 인상률로 뒤를 이었다. 이후 남은 유형들도 막판 협상을 이어간 가운데 약국은 최종적으로 3.7%를 확보하며 전체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번 결과는 재정 압박이 어느 때보다 강했던 협상 환경 속에서도 약국 유형의 특수성과 역할을 설득하는 데 집중한 전략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제한된 밴드 환경에서 전체 유형 중 최고 인상률을 확보한 데 이어 의약분업 이후 단체협상과 유형별 협상을 모두 통틀어 최고 기록까지 경신했다는 점에서 약사회 수가협상단의 협상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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