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수출 기업으로 올라선 롯데백화점 성공전략[백화점 르네상스③]
해외 사업 역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
[커버스토리 : 백화점 르네상스-온라인이 닿지 않는 부와 욕망의 성지]

내수 중심의 유통회사는 수출 기업이 되기 어렵다. 지역별로 문화 차이가 크고 나라별 소비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조업처럼 동일한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잘 되는 맛집이 다른 국가에서 통할지, 국내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가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을지 알 수 없다. 현지 소비 습관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모든 부분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 투자한 만큼 수익을 얻는다는 보장도 없다.
롯데백화점은 구조적 한계를 넘고 수출기업으로 올라섰다. 백화점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해외 사업 매출 신장률은 두 자릿수다. 여기에 명품과 VIP 혜택 강화를 통한 국내 대표 점포 키우기도 성공하며 영업이익은 독보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유일한 투트랙, 수치로 증명하는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올해 1분기 매출 8368억원과 영업이익 18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9%, 43.5% 증가했다. 기존점 신장률은 13%,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 등 대형점 신장률은 19%에 달했다.
명품과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늘어나고 외국인 유입이 증가한 영향이다. 마진율이 좋은 패션 매출이 늘어나면서 백화점 OPM(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5.8%p 개선됐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급증했다. 특히 명동 상권에 있는 본점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103%) 늘어났다. 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23%까지 확대됐다. 잠실점과 부산 3개점도 각각 91%, 97% 증가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 실적을 두고 “100점짜리”라고 평가했다.
롯데백화점은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백화점 실적을 별도로 발표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해외 백화점 사업 매출은 355억원, 영업이익은 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7%, 268.7% 늘었다.
해외 사업 호조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분기 최대 영업이익(49억원)을 경신한 영향이다. 지역별로는 베트남이 28%, 인도네시아가 7%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해외 사업이 전사 수익성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의 실적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됐다.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0.3% 오른 3조2127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22.5% 증가한 4912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 매출은 7348억원으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해외 사업 역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지난해 해외 백화점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9.5% 증가한 1267억원, 영업이익은 130억원을 써냈다.
백화점 호황은 롯데쇼핑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6만원대로 떨어진 주가는 올 들어 크게 오르며 17만원을 돌파했다. 최근 소폭 떨어져 15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 왜 롯데만 통했나…매장 아닌 ‘인프라’를 만들다
국내외 사업이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모회사 롯데쇼핑은 유통업계 알짜 주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6만원대에 불과했던 주가는 지난 5월 15일 17만8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증권사들은 줄줄이 목표가를 상향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18만원, 교보증권은 20만원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신한투자증권(17만원), 키움증권(19만원), NH투자증권(19만원) 등도 목표가를 높게 잡았다. 백화점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을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했다.
롯데백화점의 해외 사업이 성공한 데에는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 단순 점포 운영에 그치지 않고 현지인의 일상을 바꾸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게 핵심이다.
베트남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총 4개의 해외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개가 베트남에 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점(2023년), 롯데백화점 호찌민점(2015년), 롯데백화점 하노이점(2014년) 등이다. 나머지 1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013년 개점한 롯데몰이다.

베트남은 백화점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에서 선정한 중요 사업 거점이다. 2000년대부터 백화점, 마트, 호텔, 영화관 등을 꾸준히 설립하고 있다. 현지 중산층의 생활 패턴에 맞춘 복합 소비 공간을 만들면서 소비자를 선점했다.
2014년 문을 연 롯데센터 하노이가 성공하자 롯데는 같은 전략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롯데건설이 시공한 롯데센터 하노이는 지하 5층~지상 65개층 규모의 복합 랜드마크로 백화점, 롯데마트, 5성급 호텔, 레지던스, 오피스, 전망대 등이 들어섰다. 이 가운데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은 1층부터 6층까지 6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롯데센터는 하노이 MZ세대의 여가 문화를 바꿀 만큼 중요한 랜드마크가 됐다.
가장 최근 개점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도 같은 전략으로 성공했다. 하노이 롯데몰은 연면적 10만7000평 규모로 쇼핑몰과 호텔, 마트, 아쿠아리움, 영화관을 한데 모아 초대형복합상업단지로 만들었다. 하노이 거주자들이 롯데몰 안에서 모든 여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새로움을 더했다. 자라, 유니클로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모두 갖춘 점포는 베트남에서 유일하고 총 233개 브랜드 중 40%가 하노이 현지에 없는 최초 매장이다. K컬처를 선호하는 지역 특성을 활용해 3·4층에 ‘더푸드홀’, ‘K-플레이버’ 등 현지 및 K-인기 F&B를 도입하고 4층에는 문화체험이 가능한 크리에이티브 파크를 만들었다.
그 결과 누적 방문객은 개점 1년 만인 2024년 9월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2주년에는 누적 6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전 상품군에 걸쳐 전체 20%가량의 매장 개편을 추진해 연내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끊임없는 리뉴얼과 트렌드 접목이 더해지며 젊은층을 유입시켰다. 하노이 롯데몰의 성공은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의 재성장으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에 대한 브랜딩이 강화돼 백화점을 찾는 고객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방문객이 증가하자 롯데백화점은 인테리어와 시설 리뉴얼에 집중하고 있다. 1층은 향수와 색조 브랜드를 강화하고 2층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늘렸다. 3층에는 두끼 등 인기 F&B를 보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K컬처 콘텐츠를 중심으로 리뉴얼에 집중하고 있다. 2013년 오픈한 롯데몰 자카르타점은 2022년부터 한국을 콘셉트로 한 롯데 엘리(한국거리), 광야(SM기획), Korea 360(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을 오픈해 자카르타의 K컬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삼원가든, 처음처럼카페, 이비가 짬뽕, 수라 등 한국식당까지 오픈했다. 자카르타점에 입점된 한국 브랜드 매장 면적만 총 2500평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초대형 키즈 어트랙션 시설인 ‘챔피언1250’을 인도네시아 최초로 오픈했으며 현지의 선호를 반영해 다양한 K콘텐츠를 도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K컬처를 앞세워 동남아 주요 거점에서 새로운 유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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